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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박시현 동문의 "그렇게 아버지가 되는 건 쉬운게 아니다"
  • 편집국
  • 등록 2020-12-08 13: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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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의 소소한 일상

아이 학교 문집에 낼 부모 글을 달라해서 썼던 글 가운데 둘을 골라 다듬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되는 건 쉬운 게 아니다> 

어쩐 일로 8살 아들이 일찍 일어났다. 

일어날 시간 5분 전에 아이를 깨운다. 그러면 힘들어한다. 그때, ‘5분 더 잘래?’ 하고 물으면 그렇게 좋아한다. 5분 뒤에 깨우면, 물론 힘들어하지만, 종전보다 낫다. 

오늘은 강아지 이야기를 했다. 통튼 지 한참인데도 자는 강아지는 우리 집 강아지뿐이라고 했더니, 아이가 눈을 번쩍 떴다. 늦잠 자는 아이가 늦잠 자는 강아지를 보겠다며 일어났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고 칭찬했는데, 아이는 역시 ‘절대시간’을 지킨다. 일찍 깨면 옷 입는 데 오래 걸리고, 옷을 빨리 입으면 밥 먹는 데 오래 걸린다. 밥을 잘 먹으면 양치하는 데 오래 걸린다. 오늘은 옷 입는 데 꾸물거렸다. 밥은 잘 먹었다.

페트병에 키우던 강낭콩을 들고 학교에 간다. 두 뼘 정도 자랐고, 가느다란 줄기에서 콩 모양의 망울이 막 생겼다. 곱게 들고 갈 것이지, 실낱같은 줄기 하나가 그만 두 곳이나 꺾였다. 속상했다. 내 것도 아니고, 그까짓 강낭콩이 무어라고, 아이에게 ‘조심하지.’ 하며 타박했다.

스쿨버스 시간이 다 됐는데 아이는 마당에서 강아지와 작별인사인지 뭔지 논다. 얼른 가자며 또 타박했다. 골목길에 승합차가 와서 차가 지나기를 기다렸다. 골목이 빡빡하다. 차가 막 지나는 찰나 아이가 몸을 돌렸다. 놀라기도 했고 화가 났다. 버럭 소리를 질렀다. 

“차가 지나가는데 움직이면 어떡해! 운전하는 사람이 얼마나 놀라겠어! 사고 날 수도 있잖아!”

어쩌면 아이는 아빠 설 자리를 내주느라 그랬을 수도 있겠다고 뒤늦게 생각했다. 

학교 가는 아이에게 제대로 인사도 않고 출근했다. 출근길이 무겁다. 라디오를 틀었다. 라디오에서 어느 아버지의 사연이 나왔다. 

‘이미 깨진 유리컵을 두고 아이에게 뭐라 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어느 아버지의 말이 생각나서 자기도 참았다는 사연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에 있었던 일들이 지나갔다. ‘정말 화를 내지 않았을까?’

출근이 조금 일러 책을 폈다. 거짓말처럼, 책 내용은 일본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소감문이었다. 아, 아버지…. 그렇게 아버지가 되는 건 쉬운 게 아니다. 

2020년 6월 첫날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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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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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mdongchan_972020-12-22 21:32:59

    박순미 선생님 건강과 평안을 빕니다.

  • 프로필이미지
    kimdongchan_972020-12-22 21:24:28

    시현 형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100035535257151/videos/411471830047322/

    딸 은서 아들 준서
    은서 강아지 가을이
    준서 강아지 하늘이
    자연을 닮은 가족, 그립습니다.
    좋은 날이 오면 예전처럼 가족 모임도 하고 어울려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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