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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옥상달빛의 <희한한 시대>를 듣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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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0-12-18 10: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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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6학번 서은혜 동문의 글

맹랑해서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옥상달빛의 <희한한 시대>다.
열심히 일해왔지만 마지막 저금통장엔 19만원밖에 없다는 젊은이가 이 노래의 주인공이다. 멜로디에 담긴 가사는 막막해 하는 어느 청년의 모습을 입고 내 앞에 앉아 말을 걸어왔다.
잘 살아보려고 노력할수록 누군가를 사랑할 시간마저 잃어버리는 시대라고. 자기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톱니바퀴 속 작고 작은 부품이었다고. 이럴 바엔 차라리 진짜 부속인양 눈과 귀를 닫고 입까지 막아버리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이쯤되면 누구나, 눈물을 뚜둑뚜둑 흘리며 나와 같이 울어달라고, 그래야 한다고, 음울하고 힘 빠진 멜로디로 울먹거리는 젊은이의 노래를 상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니다.
장난기 가득한 행진곡이라고 해야 하나? 북을 두드리고 멜로디언까지 불어재낀다. 마치 동요 <어린음악대>를 떠올리게 할만큼 해맑고 예쁘고 힘차고 사랑스러운 멜로디다. 열심히 살수록 더 비참해지는 이 '희한한 시대'를 이보다 더 희한하고 역설적으로 고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초록색 풀밭 위에 얹어놓은 빨간 사과처럼, 명랑한 멜로디 위에 얹어놓은 서글픈 현실이 주는 괴리감은 도리어 어떤 힘마저 느끼게 했다.
'우리... 부품... 맞아요. 그 이상을 주장할수록 더 아프게 될 거예요.'하고 대답하려던 것도 잠시, 쿵짝거리던 멜로디에 홀려 머리 까딱거리다, 왠지 이 즐겁고 명랑한 것들이 결국 이기고야 말 거라는 막연한 희망마저 갖게 되는 것이다. 비참한 현실 그 맞은 편에, 절대 지지 않겠다는 굳건한 의지, 그 맹랑한 마음을 담은 멜로디를 꼿꼿이 세워놓고 시종일관 광광거리는 그 에너지에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세상 한 가운데
어차피 혼자
걸어가야만 한다면
눈 뜨고 잘 듣고
목소릴 내보면
그럼 지금보다
나아지겠지
그리고는 천천히
살아가는 거지'
- 옥상달빛의 <희한한 시대>를 듣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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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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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min2021-01-16 21:57:58

    학번과 상관없이 서로간의 소통의 장이 있는게 좋네요. ..  원하던게 이런 것이었으니  많이 참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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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vereye772020-12-22 10:49:43

    동창회 인터넷 신문에 가입한 후, 두 분의 댓글 읽고 한참을 멍했습니다.

    얼굴 하나 없는 글인데, 정말로 마음이 이렇게 만나질 수도 있네요.
    날씨는 추운데 마음이 너무 따뜻해져서 오늘 하루 종일 에너자이저 할 수 있겠습니다.

    고맙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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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turalfare2020-12-22 10:48:27

    은혜 누나가 만나는 분들이 아프지 않거나 조금만 아프면 좋겠습니다. 아픔을 잊게 할 일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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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turalfare2020-12-22 10:31:38

    “해맑고 예쁘고 힘차고 사랑스러운 멜로디.”
    “이 즐겁고 명랑한 것들이 결국 이기고야 말 거라는 희망.”

    학창시절 은혜 누나가 그랬고, 오늘 서은혜 선생님이 그러합니다. 은혜 누나가 만나는 분들이 아프지 않거나 조금만 아프면 좋겠습니다. 아픔을 잊게 할 일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그곳에 은혜 누나가 계셔서 참 좋아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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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j2020-12-19 09:09:45

    해석과 문체가 간명하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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