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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필 무렵> 자존감
  • 김상진 기자
  • 등록 2021-04-18 08:45:13
  • 수정 2021-04-24 13: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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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맙다는 말 한마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저기선 다들 그 말을 하잖아요. 뭐만 찾아주면 그러잖아요. 고맙다고. 고맙다고들 하니까. 

제가 살면서요. 미안하게 됐다 이런 얘기는 좀 들어봤거든요. 사랑한다는 얘기야 뭐 아무렇게나 들었죠. 

근데 이상하게요. 아무도 나한테는 고맙다고는 안해요. 아무도 나한테는 그 말을 안해요. 

저 분실물센터에서는 저 분이 천사고 최고 은인이예요. 

휴대폰, 애기인형, 아들네 주려고 싼 반찬 모두 찾아주거든요. 

저렇게 사람들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고맙다고 인사하면 기분이 어떨지 상상도 안 돼요."


<동백꽃 필 무렵> 중 동백의 대사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주인공 동백은 아동시설 출신 미혼모로 술집을 운영한다. 사람들은 종종 사나운 팔자 운운하며 동백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그렇게 울고 싶을 때 동백은 옹산역을 찾는다. 이유를 묻는 용식에게 저렇게 답한다. 


동백은 어린 시절부터 보육원 출신이라 차별받고,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으나 유명인의 숨겨둔 여자로 홀대받고, 자기 힘으로 아이를 키우지만 미혼모라 눈총 받으며 살아왔다. 삼십 대 중반이 될 때까지 사람들은 종종 그에게 미안하다는 말은 했지만 아무도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비슷한 처지의 백두게장 사장님처럼 곁에서 도와주거나, 예쁜 동백에게 사랑한다 말하는 사람은 있었어도 고맙다는 사람은 없었다. 

 

사회복지사가 돕는 당사자를 생각해보자. 그 장애인을 차별받지 않게, 그 어르신을 홀대받지 않게, 그 아이를 눈총 받지 않게만 해도 잘한다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곁에서 애써 도우니 이만해도 잘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를 돕는 일에는 더 나아가야 할 것이 있다. 



자존감

국어사전을 보면 자존감은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을 뜻한다. 도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동백의 이야기에서 ‘고맙다는 말’에 힌트가 있다. 

 

고맙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야 하고, 고마울 만한 행동을 해야 한다. 그러니 당사자를 도울 때 그를 도움받는 이를 넘어 사회의 일원, 지역주민으로 서게 해야 한다. 또한 평범한 지역주민으로 이웃으로 역할을 하게 도와야 한다. 

 

우리 복지관 어르신들은 해마다 성탄절 즈음 산타가 되어 동네 아이들 집을 찾으신다. 산타복을 갖춰 입고 아이들에게 선물과 칭찬을 전하신다. 지역주민 특별히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안아주고 칭찬하는 역할을 하신다. 아이와 엄마는 모두 어르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다. 그때 어르신들은 어떤 기분일까.

 

설 즈음엔 엄마가 아이들과 함께 어르신 댁에 가서 세배를 드린다. 세배를 받은 어르신은 덕담하시고, 세뱃돈을 주시거나 귤, 요구르트를 주신다. 아이들을 위해 덕담, 세뱃돈, 귤, 요구르트로 어른 역할을 하며 어르신들은 어떤 기분일까. 인생의 풍파를 겪고 지금은 비록 어려운 형편으로 혼자 살고 있지만, ‘고맙다는 말’을 듣고 또 들으며 품위와 자기 존중을 느끼실 것이다.


누군가를 돕는 사람은, 동백이를 그저 보육원 출신, 미혼모, 술집 하는 여성으로만 문제 있는 사람으로만 보면 안 된다. 동백이 안에 있는 자존감 역시 함께 봐야 한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듣기 위해 함께 애써 보면 좋겠다.



[출처] <동백꽃 필 무렵> 자존감| 작성자 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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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 김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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