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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에 대한 단상
  • 성희자 편집부
  • 등록 2021-04-18 18:06:05
  • 수정 2021-04-19 0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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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대부분 밥을 먹고 산다. 밥은 중요하다. 살아가는데 밥은 꼭 필요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밥이 문제의 원인이기도 하고 해결책이기도 하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밥이 없어서 문제가 되고, 문제가 있던 사이에도 밥을 먹으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사람들 사이에 처음 만났을 때도 ‘밥을 먹었는가?’로 시작한다. 한국이 절대빈곤율이 높았을 시절에 상대가 배곯았을까 하는 염려에서 시작된 물음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그런 배려로 ‘밥을 먹었는지’ 물음을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헤어질 때도 아쉬움이 남으면 ‘나중에 밥 한번 먹자’하고 인사를 마무리한다. 물론 나중에 먹자던 ‘그 밥’은 영원히 못 먹게 될 수도 있다. 우리들의 인사에 등장하는 ‘밥’은 단순히 밥이 아닌 것이다. 관계에 대한 아쉬움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문화가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한국문화에서 혼란을 겪었다고 토로한 것을 여러번 들은 바 있다. 

 

밥을 함께 먹는 사이는 식구(食口)라고 한다. 식구는 가족을 의미한다. 가족은 흔히 친밀한 관계를 의미한다. 친밀한 사이를 ‘가족같은 사이’라고 하지 않는가? 친밀함의 밑바탕에 ‘먹는 것’이 있고, 특히 밥을 같이 먹는 것은 신뢰가 있는 사이 혹은 앞으로 친밀해지려고 하는 사이에서 일어나는 행위이다. 밥먹는 행위는 단순히 먹는 활동이 아닌 것이다.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라고 했던가? 

 

차와 식사는 일상적인 일이다. 차마시는 일, 밥 먹는 일은 늘 일어나는 일이다. 늘 일어나는 그 일은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드러나지 않는다. 인간관계에서 필수적으로 있어 왔던 그일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밥이 만들어지기까지 다양한 과정이 필요하다. 밥을 하기 위한 쌀과 부식재료를 살 돈이 있어야 하고 그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야 하고 그 이후에 밥을 먹게 된다. 그리고 밥을 먹고 난 다음에 다시 요리 도구들을 정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재료를 구입하기 위한 경제적 활동은 사회적 주목을 받아왔다. 먹고 사는 일은 중요하기 때문에 경제적 활동을 하는 사람은 권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재료를 먹거리로 변화시키는 노동과 정리하는데 소요되는 노동은 사회적인 주목 뿐 아니라 먹는 사람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가 자녀에게 ‘밥 먹고 가라’, ‘밥은 먹고 다니냐?’ 하는 이런 대화를 자식들은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엄마가 말한 그 밥 먹는 일은 곧 인생이고 사람들 사이에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중요한 일이다. 

 

얼마전 종영한 카카오 TV <며느라기>에서 밥하기가 중심이 된 성역할 고정화가 여성차별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민사린은 대학동기 무구영과 연애기간을 거쳐 결혼하게 되었다. 가족내에서 일어나는 일상다반사는 여성의 노동을 독점적으로 요구하고 그로 인하여 신혼부부의 생활에 금이 가고 나서야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 까짓 밥이 뭐 대수라고”

“내가 조금만 수고하면 모두 즐거워하는데.”

 

과연 그까짓 밥일까? 극중 주인공 민사린의 직장 동료는 ‘언제나 밥을 둘러싼 일이 벌어지고 있어. 그 밥이 문제야’ 라고 한다.

 

밥은 매일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고,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중요하기도 하고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미지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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