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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진 기자
  • 등록 2021-05-14 08: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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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8 김상진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는 '주체'와 '관계'입니다. 누구든 자기 삶에 주인 되게 살아야 하고, 존중하고 힘이 되는 관계가 있어야 살 만하다 생각합니다. 어르신이든 어린 아이든 어떤 분과 함께 일하거나 돕더라도 주인공으로 세우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게 돕고자 해요.

 

실은 그 두 가지가 제 인생에도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요. 돌아보면 제가 원하는 삶을 살고자,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자 애썼어요. 스물 이전까지 어둡고 스스로에게 부정적인 마음으로 살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 삶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내가 돕는 어르신이 동네에서 귀한 역할하는 분으로 반짝반짝 빛날 때 기분 좋고 보람 있어요. 

  

복지관에서 주로 도움을 받는 어르신들이지만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멋진 산타가 되셔서 아이들 집을 찾아가세요. 가서는 칭찬과 선물을 전하시죠. 그럼 아이들도 엄마도 정말 감사하다고 해요. 산타의 역할은 '주는' 거니까. 주로 도움 '받는' 사람에서 뭔가 '주는' 사람으로 바뀌는 거죠. 

 

 

 

첫 어르신산타를 마치고 한 어머님께서 전화를 주셨어요. 이번에 아이들을 위해 산타활동해 주어서 너무 고마웠다고. 그러더니 막 우시더라고요. 원래 쾌활한 어머님인데 왜 우시는 걸까 생각하며 눈물 그치시고 말씀하실 때까지 기다렸어요. 


그 집은 딸만 있는 집이에요. 원래는 크리스마스 때마다 남편이 산타가 되어 이벤트를 했대요. 딸만 있으니 아빠가 딸들을 얼마나 끔찍이 아끼셨겠어요. 근데 남편이 그해 여름에 사고로 돌아가신 거예요. 그래서 고민하셨대요. '누구한테 산타를 부탁하지?' 그때 어르신산타 홍보지를 보고 신청하셨대요. 어르신 두 분이 오셔서 산타 역할 해주시는데 너무 감사하고 남편 생각도 나더래요. 듣는데 저도 울컥했습니다. 


나중에 어르신들께 그 이야기를 전하면서 그랬어요. 우리가 하는 게 그냥 산타가 아니에요. 어느 집에서는 '아빠 역할' 하시는 거고, 할머니 할아버지 없는 집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 역할' 하시는 거라고요. 그 말씀을 드리니 그다음부터 어르신들 눈빛이 달라지시고 더 적극적으로 하시더라고요. 


어르신이 누구보다 멋진 역할로 반짝반짝 빛나는 멋진 순간이 있어서 감사했어요. 작지만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했어요. 앞으로도 함께 하는 주민들을 반짝반짝 빛나는 분, 자랑스러운 분이 되게 돕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98 김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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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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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bbit22021-05-16 22:42:10

    어르신들께 의미를 찾아드리는  모습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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