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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작은 예수의 집에서 장애인 개별지원이야기
  • 편집국
  • 등록 2021-07-08 13: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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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수님의 어머니 배웅

<돕는 이들이 함께 읽으면 좋을 이야기>


-서귀포 '작은 예수의 집(장애인 시설)'에서 경수님이 어머니 장례에서 역할 하도록 도운 이야기를 박시현(94) 동문이 보내주셔서 공유합니다.



경수형님은 어머니와 사이가 좋았습니다. 장남인 경수형님이 마음의 의지가 되고 든든하다고 하시던 어머니였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많이 아프셨고, 치료를 받는 동안 어머니를 경수형님이 뵙지 못했습니다. 그때 경수형님도 많이 불안해하는 행동을 자주 보이셨습니다. 그러다 어머니가 조금씩 회복하시면서 제일 먼저 경수형님을 찾으셨습니다. 잘 회복하시던 어머니가 작년 겨울에 급격하게 상태가 나빠지면서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와의 이별 준비

지난 주말, 어머니를 뵈러 제주시에 다녀오셨습니다. 어머니 본인께서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아셨는지 경수형님을 보고 싶다 하셨고, 동생이 모시러 오셔서 함께 어머니를 뵈러 병원에 다녀오셨습니다.

그곳에서 뵌 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 병상 옆을 하루 지켰습니다. 경수형님도 건강이 나빠진 어머니를 뵙고 오니, 기분이 좋지 않아 자주 어두운 표정을 보였습니다. 어머니께서 편찮으시니 경수형님도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부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경수형님에게 어떻게 안내를 해야 할지 고민을 했습니다. 장례절차를 쉽게 안내한 그림 자료를 찾았습니다. 그림을 보여 드리며 경수형님에게 설명하였습니다.

“여기 까만 옷은 내일 장례식장에 가면 입을 거예요. 그리고 여기 영정사진에 어머니 사진이 있을 거예요”

“응”

“내일 장례식장에 가면 경수형님은 검정색 옷을 입고 여기 계시면 돼요. 동생들 옆에”

“응”

어머니 소식을 전하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울먹이며 안내하는 저를 보며 슬픈 일이 본인에게 생겼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아는 듯 했습니다. 내일 일포, 모레 발인입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경수형님이 내일 상주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주노릇

오늘 아침 그림 자료로 또 안내하였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장례를 치르러 가며 어머니 영정사진이 있을 것이라 전했습니다. 어제보다 더 이해하는 듯 했습니다. 장례식장에 경수형님이 도착했습니다. 영정사진에 어머니가 보이자 한동안 가만히 서 계셨습니다. 그러다 ‘상복을 입자’는 동생 말에 순순히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담담하고 의젓하게 잘 계셨습니다. 오히려 다른 상주들과 함께 맏상주 노릇을 하며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주위 친인척들이 직원이 없어도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동생들 옆에서 의젓하게 앉아 있는 경수형님을 뒤로 한 채 직원은 시설로 돌아 왔습니다.

가족. 발인

경수형님이 걱정이 되어 밤에 귀가했다가 장지에 가려고 했으나 경수형님이 귀가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여느 상주처럼 밤새 어머니 곁을 지켰습니다.

장지는 입김이 나올 만큼 추웠는데도 경수형님은 상복 위에 입은 잠바를 벗으셨습니다. 상주라고, 상복만 입고 있어야 다른 사람들이 상주를 알아본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매장을 할 때 멀리서 지켜보다가 가까이 다가가셨습니다. 한참을 지켜보다가 충분히 봤다며 내려가셨습니다. 잠시 후, 마지막 제를 지낼 때 ‘어머니 얼굴 보러 가자’는 말에 묘지로 걸어가셨습니다. 장례가 끝난 후 상복을 벗자고 하니 어머니를 보내기 아쉬웠는지 싫다고 하셨습니다.

“오빠, 이제 다 끝났어. 엄마도 상복을 벗고 이제 쉬라고 하네.”

동생들의 말에 상복을 벗었습니다. 이틀 동안 상주노릇을 의연하게 잘 하셨습니다.

어머니와 이별 후 동생들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습니다. 데면데면하던 남동생이 경수형님을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졌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상황에서 듬직한 맏상주 노릇을 한 경수형님이 고마웠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충격으로 경수형님이 건강이 나빠지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별일 없이 잘 지냅니다. 병실, 장례식장, 장지에서 어머니와 이별하는 과정을 함께 했기에 경수형님이 어머니의 사후(死後)을 잘 받아들인 듯합니다.

〈이글은 박재형선생님의 개별지원이야기를 발췌하였습니다. 〉

출처 : 제주사회복지신문(http://www.jejubokjinews.com)

덧붙이는 글

어디로 가야할 지 방향을 알려주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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