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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세상은 그 자체로 바닥없는 물이기도하고
  • 나예원
  • 등록 2021-08-08 15: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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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글을 올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까지 독후감 형식의 글을 계속 써오다 보니 다른 형식의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어떤 주제를 다뤄야 할지에 관한 고민이 많아서 글쓰기를 미뤄왔던 것 같다.


대학 입학 후 첫 방학, 다른 학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방학이기에 학기 중에 못 읽었던 책을 최대한 많이 읽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번 글에서는 7월 한 달 동안 읽은 책 중 몇몇에 대한 짧은 감상평과 관련된 생각들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1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되려고 하는 문학적 의욕’

 

현재 한국 사회를 축약해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대상으로서의 두 여자, 주체로서의 한 여자

우리는 기록하는 여자가 될 거야. 우리가

겪은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것에 대해

생각할 거야. 나는 그렇게 되리라고 믿어. 

전하영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계약직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나'가 대학 시절을 떠올리며 전개되는 이야기인데, '나'가 추구하던 예술은 여성을 남성의 욕망에 대한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을 보편적 사고방식으로 취하고 있다.이를 현재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며 남성의 간택을 받은 여성과 받지 못한 여성이 아닌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기록하는 여성으로 정의하게 된다. '스물한 살짜리를 유혹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에요.'라는 말을 일삼는 특권층 지식인 남성들에 대한 비판과 이를 변화시킬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사랑을 증명하고 인정받는 것

진실되게 사는 대가로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부당하지 않기를 바랐다.

김지연 '사랑하는 일’

 

동성연애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로 커밍아웃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가족을 사랑하는 건 이미 주어진 일 같은 거였는데, 그 사랑을 이어가는 일, 계속해서 사랑하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무조건적인 사랑 같은 건 없으니까.

내가 영지를 계속해서 사랑하는 일이 가능한 것은 우리가 합의한 일종의 공동선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매일 다른 사람이 되고 매일 사랑하는 일을 한다.

김지연 '사랑하는 일’

 

작가 노트에 '이 소설의 밑바탕에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마음이 있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퀴어 서사를 다루는 데 있어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해나가는데, 이 작품에서는 커밍아웃 후 원가정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연인 간 갈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커밍아웃을 한다고 해서 딸과 누나라는 역할이 부정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 가족들은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대하며 동성애와 이성애를 가르는 말과 행동을 한다. 하지만 "평생 혼자 사는 건 너무 외로운 일"이라는 언급을 한 엄마는 아빠와 이혼하여 혼자 살게 되는 등 결국에는 이성애와 동성애를 나누는 기준이 법적으로 결속되는 관계이냐 아니냐에 달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엄마가 '나'의 여자친구에 대해 언급하고 연인과 함께 공동선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대화를 해나가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소설은 '사랑하는 일'에 대한 각자 다른 입장을 가졌지만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사랑하는 일'이라는 결론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2  

아가미


죽음의 문턱에서 아가미를 갖게 된 소년의 슬픈 운명

 

엄마, 내가 인어를 봤다니까? 그 아저씨는 분명 바다 깊이 궁전에 사는 인어 왕자님일 거야. 그런데 마녀가 준 약을 먹고 두 다리가 생긴 거지. 인어 왕자님은 누구를 위해 다리를 얻은 걸까? 그러면 역시 언젠가는 물거품이 되어서 아침 햇살에 부서져버릴까?

 

'아가미'는 판타지적 요소와 현실을 위로하는 서사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불행의 연속으로 삶을 포기하려는 남자와 그 아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남자는 목숨을 잃게 되지만 아이는 기적적으로 살게 되고, 아가미를 가지게 된다.호숫가에 살고 있는 노인과 그의 손자와 함께 살며 '곤'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고, 아가미로 숨을 쉬고 강가를 헤엄친다.'곤'을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의 아픔과 운명에 대한 이야기로 세상에서 배제되고 상처받지만 그들 또한 빛나는 시절이 있었다는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자, 저는 그것이 사람이었든 물고기였든 혹은 네시였어도 상관없어요. 중요한 건 그가 저한테 한 번 더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저는 집에 가서 엄마를 돌보며 필사적으로 돈을 벌고 재계약에 성공해야 한다는 사실뿐이에요. 다음에는 정말 이런 일이 있으려야 있을 수도 없겠지만, 또다시 물에 빠진다면 인어 왕자를 두 번 만나는 행운이란 없을 테니 열심히 두 팔을 휘저어 나갈 거예요. 헤엄쳐야지 별수 있나요. 어쩌면 세상은 그 자체로 바닥없는 물이기도 하고.

 

“날 죽이고 싶지 않아?”

그것은 강하가 원하면 그렇게 되어도 할 말 없다거나 상관없다는, 가진 거라곤 남들과 다른 몸밖에 없는 곤이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였다. 그때 라이터에 간신히 불꽃이 일어났다.

“……물론 죽이고 싶지.”

작은 불꽃이 그대로 사그라지는 바람에 곤은 그 말을 하는 강하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곤한테 다시 후드를 씌운 뒤 조임줄을 당겨 머리에 단단히 밀착시키고 강하는 이어서 말했다.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살아줬으면 좋겠다니! 곤은 지금껏 자신이 들어본 말 중에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예쁘다’가 지금 이 말에 비하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폭포처럼 와락 깨달았다. 언제나 강하가 자신을 물고기 아닌 사람으로 봐주기를 바랐지만 지금의 말은 그것을 넘어선,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을 뜻하는

것만 같았다.

 

특히 곤을 미워한다고 생각했던 강하가 사실은 '곤'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고 살 수 있도록 해줬다는 것, 언젠가 곤이 떠나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는 전개가 가장 인상 깊었다. 그를 염려하고 있지만 거칠게 대하는 태도가 강하가 살아온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세상에 버림받고 소외된 이들이지만 서로에 대해 염려하고 결국 자신의 삶을 헤엄쳐나간다는 그런 결말이 좋았다.


 

3

한 스푼의 시간 

 

봐라, 네 안에는 물리학과 생물학뿐만 아니라 화학 천문학까지 들어 있지. 너는 지금까지 사람이 밝혀낸 한도 내에서 우주의 역사를 모두 알고 있을 거다. 우주의 나이가 137억 년을 조금 넘나 그렇다지. 그 우주 안의 콩알만 한 지구도 태어난 지 45억 년이나 되고. 그에 비하면 사람의 인생은 고작 푸른 세제 한 스푼이 물에 녹는 시간에 불과하단다. 그러니 자신이 이 세상에 어떻게 스며들 것인지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나면 이미 녹아 없어져 있지. 통돌이 세탁기 뚜껑을 열고 그 안에서 부드럽게 퍼져나가는 가루세제의 궤적을 내려다보며 명정은 그렇게 말한다.

 

-사람이 무너지면 무너진 그 사람이 죽나요. 아니면 옆에 있던 사람이 숨을 거둡니까.

-그건 사람마다 다르겠지, 둘 다일 수도 있고 둘 다 아닐 수도 있다. 사람이 건물과 다른 건 부서져도 대강 이어 붙일 수 있다는 점일까, 다시 일어난다는 점일까.

나는 아내가 떠난 뒤 무너졌지만 죽지 않았고, 아들을 그렇게 보내고 나서도 무너지는 줄 알았지만 역시 이렇게 살아있는데 두 번째는 아무래도 네가 여기 왔기 때문이겠구나. 내가 특별히 의지나 신념이 강한 사람도 아니고, 삶에 미련이 있어서도 아니지만, 보통 사람은 스스로 죽지 못할 때 별 수없이 살아가곤 하지. 

네가 없었다면 나도 어쩌면.

 

동네 낡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명정이 아내와 사별하고, 외국에 있던 아들까지 세상을 떠난 후 아들이 보낸 로봇이 도착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로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담았다. 명정과 함께 세탁소 일을 하게 되는 로봇 '은결'과 동네 아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성장한 후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는데,

가난과 삶의 고단함 등으로 인해 인물들이 변화해나가는 상황을 잘 그려냈다.

로봇이 등장하지만 미래 세계를 그린 것이 아닌,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 색다르다고 생각했고,

로봇이 인간에 대한 이해와 감정을 채워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로봇이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낙관적인 상상을 할 수 있었달까 따뜻한 사회.

 

 

절대적인 여유 시간이 많아져서 다양한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넓은 분야를 살피지는 못했다고 생각했다. 소설뿐만 아니라 새로운 분야의 소양을 쌓을 수 있는 독서 활동이 조금 더 필요하겠다고 느꼈다.

언제나처럼 책에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이들을 위로하고 연대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주고 있었다. 사람들을 구분 짓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자 하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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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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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min2021-08-28 17:44:51

    사는 방법 두가지 중 치트키가 있다면 독서인데....
    공부라고 생각하면 싫어져서 습괸으로 만들기 어렵죠...  그런 면에서 나기자님 좋은 습관인것 갇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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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bbit22021-08-09 13:15:07

    열심히 독서하소 기록하는  모습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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