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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푸치노와 야구
  • 편집국
  • 등록 2021-10-28 11:06:03
  • 수정 2021-12-06 11: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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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7 김행섭의 글


최근 일상에서 소소한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만 80세가 되신 할머니와 동행을 하게 되었다.

엄마의 지인이시고 그 분을 안지 꽤 오래되었다. 초등 6학년 때 그 분을 처음 뵈었으니..

정말 세월이 흐른 자리에 으아~감탄사가 나온다.


엄마를 뵈러 갔다가 우연히 할머니도 다니러 오셔서 함께 산책을 가게 되었는데...

출발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까페가 나왔다.

혹시 따뜻한 음료 한잔을 드시겠냐고 권했더니 선뜻 까페로 들어가셨다.


“뭐 드실래요?” 라고 묻는 내 머릿속에는 이미 ‘과일쥬스’나 ‘캐모마일 차’ 쯤이 그려졌었다.

이런 상상을 깨고 내게 들려온 할머니의 조용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는 “카푸치노”였다.




옆에 계시던 엄마께서 오후에 카페인 든 음료가 수면에 방해되지 않으시냐고 묻자 “커피믹스를 마시면 잠이 좀 안오는데, ”카푸치노“는 괜찮다.”고 답하셨다.


“드시고 가실래요.”

음료가 나오고 여쭤보니, 그러겠노라 말씀하시며 천천히 음미하듯 카푸치노를 잡수시는 모습이 여유로와 보이셨다.


밖으로 나와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서..

할머니는 앞으로 난 길을 쭉 따라가다 왼쪽 공터쪽에서는 저녁에 에어로빅을 한다고 말씀하셨다. 할머니가 엄마보다 그 동네에 좀더 오래사셔서 이런저런 사정을 일러주시곤 하신다.

그러시면서

나는 에어로빅을 못해, 집에 가서 야구 봐야하거든... 탁 치고 하는게 

너무너무 재미있어

하시며 즐거운 미소를 함박 지으셨다.


아 이게 뭐지? 내 머릿속이 전기회로라면 뭔가 엉켜서 일시멈춤이 된 느낌!

한 시간여 만에 두 번이나 내 머릿속을 이런 상태로 만드신 할머니의 “카푸치노”와 “야구”예찬이 내 속으로 흡수되지 않고 그냥 내 속 어딘가 멈춰있는 것 같았다.

내가 알고 있고 접했던 할머니, 할아버지, 어르신들의 취향이나 태도와는 사뭇 다른..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오신거지? 긍금증이 확 밀려왔다.




그러면서 한편 새롭고 좋아 보이셨다.

적어도 할머니는 “연세 때문에 이런저런 것을 못해.”라고 생각하시지는 않으신 것 같았다. 또 노인분이라면 대체로 그렇지라고 생각하던 내 고정관념에도 일타를 당한 느낌이 싫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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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상담하는 언니(블로그 https://m.blog.naver.com/prayerfor3)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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