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아마라와 어머니
  • 편집국
  • 등록 2022-04-14 16:12:22

기사수정

"난 이제 돌아갈 수 없어. 너도 알고 있잖아. 그렇지? 숲 밖으로 나가도 안개는 언제든 찾아올 거야. 평생 도망치며 살 수는 없어. 나오미 너는 그럴 수 있지만, 난 그럴 수 없어. 내가 마지막으로 진실을 확인하게 해줘.”

여기에 도피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믿음, 그 미약한 가능성이 아마라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나오미도 이미 알고 있었다. 완벽한 내성종이 아닌 언니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건 두 가지, 나오미 자신의 도움과 도피처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희망 때문이었다.

[지구 끝의 온실] p18



어머니는 폐섬유화증을 앓으셨습니다. 딱 하나 남은 희망이 폐 이식이었지요. 한 번 해보시자고 설득하고 괜히 그러고 싶지 않다고 싫다고 하시고, 다시 설득하고 설득했어요. 어렵게 허락을 하셔서 신청 가능한 상태인지 검사를 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하늘나라로 가셨어요.


'신청했다고 달라졌을까. 바로 기증자가 나타났을까. 운이 좋아 이식했다고 해도 잘 맞아서 오래 사실 수 있었을까.'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절박하고 그만큼 두려웠어요. 그때 완전 문외한으로서 병에 대한 공부, 이식에 대한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몰라요. 아마라의 말에서 그때 어머니와 내가 떠올랐습니다.


응급실행,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다시 입원하던 날 예감이 들었어요. 이게 마지막일 것 같다는 예감이요. 그래서 어머니를 알만한 사람들에게 모두 전화를 드렸어요. 주말에 병원으로 와서 어머니를 만나시라고요. 가족, 친척, 친구분들까지 모두 초대했어요. 어머니보다 연세가 많은 어떤 분이 그날 병원예약이 있어서 어렵다고 하시길래, 오히려 차분하게 혹시 이게 마지막일 수 있으니까 꼭 와달라고 해서 오셨어요. 그 주말에 어머니 주변분들을 모두 만나 웃으며 대화하셨고 몇 주 후에 돌아가셨어요. 


마지막 입원 몇 주 간을 수도권에 살면서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내려가서 간병한 것, 정신 멀쩡하실 때 보고 싶은 사람 모두 만날 수 있게 해드린 게 그나마 제가 잘한 것 두 가지였어요. 아마라와 나오미는 저와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도 울컥울컥 합니다.



[출처] [지구 끝의 온실] 아마라와 어머니|작성자 빈손 김상진


TAG
1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admin2022-04-17 22:55:02

    공감
    해요

경북대학교 사회복지학부
facebook
사회복지학부 재학생 유투브 채널
인스타그램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