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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에서
  • 편집국
  • 등록 2022-04-20 09: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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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키우면서 여러 가지를 해보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미용인데... 처음에는 당연히 애견샵이나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미용을 했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고 비용도 만만찮았는데... 

강아지 관련 정보들을 듣다보니 집에서 미용을 하는 경우도 꽤 많은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씩 해주기 시작했다..

가끔은 전문가에게 맡겨서 해주기도 했는데, 몇 년전부터.. 전체미용을 하고 와서 밥도 먹지 않고 구석에 들어가서 움직이지도 않고 여러 날 동안 이상행동을 보였다.

병원에 데리고 가보니 미용 후 흔하게 보이는 강아지들의 행동이라고 한다.


그 이후 웬만하면 내가 직접 미용을 해주고 까다로운 부분-얼굴, 손발톱 등-부분미용만 맡기는 식으로 하는 것이 루틴이 되었다.


오늘은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 31도 까지 상승하여 여름날씨를 방불케 한다고 하였다.

이럴때 강아지 귀에 길게 늘어진 털이 있으면 습해서인지 귓병이 심해지곤 해서 아침식사 후 서둘러 미용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귀엽게도..

내가 앞치마를 입고 미용도구를 찾으면 어느새 식탁 밑으로 도망가거나 슬슬 나를 피해다닌다. 헛헛, 참 웃기다.

간식을 주는 척 안아올려 미용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엥!엥~ 저항도 하지만 한참 그러고 있으면 강아지도 이 사태를 수용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아는지 ‘날 잡아잡슈..“자세로 늘어져버린다. 때론 졸기까지 하면서.


이때가 미용 최고의 순간이다.

여기저기 털을 잘라도 별로 게의치 않아서 일하기가 상당히 수월해지므로 나의 손이 빨라진다.


갑자기

즐겁게 이러고 있는 나 자신을 깨달았다..

내가 언제부터 강아지 미용을 즐겁게 했더라..


1. 강아지 미용을 하면 털을 치우고 청소하고 옷가지도 다 세탁해야 해서 너무 싫다.

2. 이 시간에 강의준비나 읽고 공부해야 할 게 산더미인데 시간이 아깝다.

3. 가족들은 뭐하고 내가 늘 이 일을 도맡아야 하나.


뭐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땀을 흘리며 미용을 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치 않았고, 번거로운 마무리 청소를 하노라면 지치기만 했던 나였다.


여전히 쉽기만 한 건 아니지만,

오늘 미용을 하면서 1, 2, 3의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유레카

는 아니지만, 내 마음은 편치 않은 생각대신 ‘좀 더 예쁘게 깍을 수는 없을까, 

동영상 같은거도 좀 참조해야 겠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러면서 강아지 미용을 하는 일이 “나의 일”같고 나는 행복감을 느꼈고, 미용을 하고 난 뒤처리도 그다지 지치거나, 번거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좀 더 익숙해져서 편안해지기도 했겠지만,

내가 불필요한 생각을 하는 대신

지금-여기에서의 행복을 누리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더 나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현실과 비교해서 마음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이미 내 앞에 있는 현실을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은행잔고처럼 현실의 즐거움이 저축되어 있다가 미래의 어느날에 비밀번호를 누르기만 하면 지금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출처] 지금-여기에서부터|작성자 상담하는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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