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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축구를 하도록 해 줘요!
  • 편집국
  • 등록 2022-06-28 21: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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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7 김행섭

남자아이를 키우노라면 적잖은 아이들이 한번쯤은 어떤 선수가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야구선수, 축구선수, 농구선수 등


나랑 살던 그 아이도 예외는 아니라서 초등학교 3~4학년 쯤은 축구선수였다가, 6학년 쯤엔 야구선수로 갈아탔다.

잠을 자다가도 갑자기 일어나서 엉엉 울면서

“엄마, 나 영원히 축구를 하도록 해줘!”라는 멘트를 하면서 꿈을 꾸었던 건지 어쨌든 나를 보면서 부탁의 말을 하길래 얼른 "그래그래“ 하며 안아 주었던 귀여운 기억도 떠오른다.

그땐 아마 아이가 축구선수를 꿈꾸었나보다.




그 이후 6학년에 들어서서는 야구를 향한 열정이 불타올라 주말 야구클럽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비만 오지 않으면 주말 내내 달리고 뛰고 운동을 하는 클럽인데... 처음엔 엄청 즐거워했다.


그러다 중학생이 되고 난 이후(클럽의 회칙상 중1까지 할 수가 있었다) 어느날, 슬며시 나에게 다가오더니

“엄마, 나 야구 그만할까?”라고 말하는 거였다.


이유를 물으니, 감독님 아들은 선수가 될텐데 대개 잘 한다는 거였다. 상대적으로 자기의 실력이 가늠이 되고 선수도 될 수 없는데 그만 두는게 낫지 않겠냐는 나름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너, 지금도 야구 좋아해?”라고 내가 물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엄마는 네가 야구를 좋아하면 좀 더 해보는 것도 괜찮아. 꼭 선수가 못되어도 네가 야구에 대해서 잘 알게 되면 야구와 관련된 물건을 파는 일도 할 수 있고, 선수들을 도와주는 일도 야구를 모르는 사람보다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한동안 아이는 주말마다 야구를 하더니 여름방학 쯤 되어서는 이제는 그만 하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간혹 들어보면

어린 남자아이들이 스포츠를 해보고 싶어할 때 부모님들이 공부에 지장이 있으니 난색을 표하거나 체력이나 재능을 들어 아예 입문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축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토로했던 아이에게 “너는 체력도 그다지 좋지 않으니 아예 그 시간에 공부를 하거나 딴 길을 찾아보는게 나을거야.”라는 어쩌면 현명한 대답을 하지 않았던 나여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물론 아이가 운동을 하지 않고 좀 더 공부를 하고 자신에게 더 맞는 길들을 모색했더라면...지금 더 좋은 스펙을 갖춘 아이로 자라났을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는 항시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적어도 자신이 간절하게 바라던 활동을 해봄으로써 자신이 어떤 걸 잘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게 되었고, 원하고 바란다고 해서 다 잘 하는게 아니라는 지혜가 생겼을 것이고, 간절히 원하는 것을 허락해준 엄마에 대한 고마움 정도는 건졌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체험을 통한 “앎”과 공부로 쌓아올린

 “스펙”

둘 중 어떤 것이 아이의 삶에 진짜 영양가가 될까?


현실치료에서는 이미 생긴 욕구를 없애 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

이미 그의 좋은 세계에 그 욕구와 관련된 엄청 행복한 사진이 즐비해졌으므로.

나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건강한 욕구는 어쩌면 소중한 동기가 되는 것이다.



아이가 나에게 선수가 될 수 없을바에야 야구를 그만 두고 싶다는 말을 했을때,

“당연하지”라는 말을 했더라면...

아이는 인생에서 뭔가를 아무리 좋아해도 잘 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는 거구나... 라고 생각하며 세상을 향한 건강한 호기심은 더 이상 가지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런 마음을 가진 아이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까?



원하는 것을 하면서 몰입할 수 있다면

우리 모두는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힘을 갖게 된다.


-W.Glasser, 

내 삶의 주인이 되다  중에서-



[출처] 영원히 축구를 하도록 해줘요!|작성자 상담하는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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