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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에서
  • 편집국
  • 등록 2022-07-05 08: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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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7 김행섭

몇 주 전쯤 어딘가 꽃길을 걸었던 때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를 축복해 줄 때도 “꽃길만 걸으라~”고 하고, 나 스스로도 그런 바램을 가질 때가 많다.

‘이제는 더 이상 아프고 힘든 일이 없었으면...’


그러나 인생은 나름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풀지 못할 숙제 같은 어려움을 던져주고 휙 가버리곤 했다.

그 숙제 안에는 내가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문제가 있고, 해답지 같은 건 아예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생각해 보면 그런 문제 하나를 넘어서고 또 넘고, 다시 건너면서..

내가 되고 사람이 되고 세월이 가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런 숙제를 대비할 수 있는 두려움 방지 면역주사 같은 건 찾을 수가 없다.

좌절해하는 사람들과 상담을 하면서 위로하고 잘 대처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의연한 모습으로 말하고 있는 나 역시 가끔은 인생의 자락에서 두렵고 떨린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좀 더 의젓해지고 담담해진 나를 만날 때,

내 마음의 키가 좀 자랐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 마음의 키를 자라나게 한 건

꽃길이 아니고

우리가 그토록 피하고 싶은 “인생의 그늘”이라는...

“의미의 역설” 속에서

오늘도 하던 일을 계속하며 걸어갈 수 밖에 없는 존재~

그가 나이고 사람아닌가 싶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의 최애 시는 단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시인은 삶의 역설을 넘어서서 인생의 그늘을 경험한 사람만이 정말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음을 강조하면서, 인생의 그늘까지도 오히려 끌어 안을 수 있을 만큼 성숙의 경지에서 이 시를 쓴 것이 아닌가 싶다.

시인의 마음의 키는 도대체 너무 커서 끝간데가 없다.

꽃길을 걷고 싶지만, 걷다보면 그 길이 끊어진 구간이 나와서 길이 그늘처럼 여겨진다 하더라도...

그늘이 있기에 좀 더 사람다워져 가고,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싶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 인생을 좀 더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선택지는 항상 있다는 것을...


오늘도 기억하며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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