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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이 있다
  • 편집국
  • 등록 2022-07-30 07: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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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효민의 글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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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를 배우고 있다. 

코치님에게 레슨을 받으면서도 '누군가'와 테니스를 칠 수 있을꺼라는 생각을 안 했다. 못치니까. 누군가에게 폐 끼치기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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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때요. 같이 쳐요. 재밌자나요. 라며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권하는 친구 부부와 한 번 게임을 하고선 내게도 슬며시 코치님 아닌 누군가와 마주보고 테니스를 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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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게도 그 즈음 테니스 치는 분들과 어울릴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그로부터 마음이 심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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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테니스는 넷이서 친다. 내가 너무 못쳐서 지는 것은 물론이고 재미 없는 게임이 되고 있다는 부담감은 처음 게임을 할 때보다 날이 거듭될 수록 심해졌다. 미안하고 숨고 싶고 도망가고 싶었다. 제 발로 코트에 왔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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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도 시큰둥해졌다. 왜 이렇게 실력이 제자리 걸음인지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그즈음 무궁씨는 테니스 옷을 사길 권했고 테니스 모임에 나가기를 강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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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밀리듯이 옷을 사고 레슨과 모임에 다녔다. 갈 때보다 돌아올 때 심히 우울하고, 구구절절 하소연 하며 징징거렸다. 내 스스로가 불청객 같이 여겨지고, 초라해지고 누군가에게 계속 미안해진다는 둥 이런 기분을 뭐하러 계속 느껴야 하냐는 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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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꾸준히 발걸음을 한 것은 무궁씨의 응원과 함께 테니스 장에서 만나는 분들의 격려가 있었다. '이번 게임에서 내가 기량을 얼마나 발휘 했느냐'에 관심을 가지라는 말과 '너무 쉬우면 재미 없자나'는 말을 자주 생각하며 마음을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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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코트장에 앉아서 또 쭈구리가 되어가고 있던 중 언젠가 무궁씨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거기 있는 사람들도 다 효민씨 같은 시절 있었을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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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의 구김이 좀 펴진다. 내가 너무 못해서 민폐라서 어쩌지 관둘까 미안하기만 하던 마음 한 켠에 고마운 마음이 엉덩이를 슬쩍 들이민다. 덕분에 오늘 재미있게 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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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를 재미있게 치고 싶다.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고마운 마음을 바탕에 두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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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거기서부터 시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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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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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min2022-08-04 14:12:54

    그렇게 다 시작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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