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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산책길에서
  • 편집국
  • 등록 2022-09-03 08: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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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7 김행섭

산책을 나갔다가 발길이 인근의 대학캠퍼스로 돌려졌다.

계속 같은 곳 만을 걸으면 좀 지루해지기도 하고... 오늘은 제법 시원한 공기가 느껴져서 평소 자연이 기다려주는 곳을 지나 좀 더 다른 곳으로 나가보고 싶었나보다.


새롭게 까페가 생기고... 당연히 커피 한잔을 테이크 아웃해 보았다.

3000원으로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너무 달콤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집에서 커피를 내려와도 되는데...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소상공인들께 일조하자는 합리적인 명분을 내세우며 웃어본다.



캠퍼스로 접어드니 여학생들의 물기어린 젊은 얼굴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기숙사에 사는가보다? 좀 이른 아침이다 보니 방학이지만 얼른 준비를 마치고 볼일을 보러 나가는 것 같았는데..참 풋풋해 보였지만 얼굴표정들이 그리 밝게 보이지는 않았다. 


잠시지만 예전 학교생활이 머릿속을 스쳐 지난다.

이리저리 몰려다니고, 과제에 힘겨워하고, 별일도 아닌 것에 까르르 웃어대며.. 



잠시지만 교수님의 얼굴도 떠올랐다.

연락을 좀 드리고 해야 되는데..이것만큼 잘 안되는 일이 있을까?

늘상 생각은 모래성처럼 올려보았다가 바로 흩어져내린다.

이런 내마음이라도 좀 알아주셨으면 좋을텐데...


걷다보니 정경이 예쁜 정원에 이르렀다.

오랜만에 한번 앉아볼까?

아뿔사!~

내 낭만적인 추억을 깨뜨리는 자들이 나타났다.


정원에 이르러서는 비둘기인가 했더니 덩치는 보이는데 아무리 봐도 머리가 없는 것 같다.

앗~어떤 짐승의 밥이 되었나.. 내 얼굴이 구겨졌다.

그래도 한걸음 더 걸어 정원의 정취를 맞보려는 순간.

나타난 마우스~~


오랫만에 보는 것 같은데... 꽤 큰 쥐였는데, 몰골이 말이 아니게도 여기저기 털이 빠져서는.. 씩씩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막대기같기만 한 그 꼬리는 만인이 징그러워하는 아~~ 아름다움의 반대는 추함이 아니라 부조화가 아닐까 싶다. 작은 덩치에 어울리지도 않게 그저 대충 붙어있는 그것이 정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편 쥐가 너무 예뻤더라면... 집에 쥐 몇 마리쯤은 키우는게 일상이지 않았을까하는 엉뚱한 상상은 빨리 접어두었다.



내 사고의 흐름은 급선회했다.

지난날의 힘겨웠던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인생에서의 고통은 나에게만 주어지는 고문같은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일상과 같은 거라는 말을 누군가 나에게 

한번쯤 해주었더라면

...내 젊은날이 좀 더 편안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름다운 정원에 살고 있는 털빠진 쥐와 험한꼴의 비둘기가 그저 우리의 일상이듯 말이다.


가끔은 새로운 길을 걸어보아야겠다.


한 시간여의 산책이 주는 행복을 누릴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 아침이다.



[출처] 새로운 산책길에서|작성자 상담하는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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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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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iby2022-09-05 16:38:07

    아름다움의 반대말은 부조화!
    아침 한 시간 산책! 자신에게 있는 작은 것을 찾아 감사함은 귀한 것 같습니다. 함께 그 감사를 누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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