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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회복지사, 좋은 아빠로 사는 꿈
  • 김상진 기자
  • 등록 2023-01-14 18:19:22
  • 수정 2023-02-10 11: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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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있잖아, 아직 넙치회를 만들지 못해. 넙치회를 만들어 보기도 전에 죽는 것은 싫어. 넙치회를 만들기 전에 죽으면 어떻게 하지? 그렇게 생각하면 무서워. 하지만 넙치회를 만들 수 있게 되면 언제쯤 죽는 것이 좋을까? 그것도 잘 모르겠어.”

나는 언제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뭔가를 할 수 있을까? 설령 해낼 수 없는 것일지라도 그런 생각이 드는 뭔가를 발견하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일까?

- <여름이 준 선물> 유토모 가즈미


얼마 전 독서토론 모임에서 <여름이 준 선물>을 읽고 질문을 만들어 스스로 답을 내리는 시간이 있었다. 중학교 입시를 앞둔 주인공 류와 친구 하라의 대화를 보며 ‘나에게 언제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일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생각났다. 바로 떠오른 답은 두 가지. ‘사회복지사로서 나와 만나는 당사자가 주인의식을 잘 세워가도록 하고, 좋은 관계를 맺게 도우면 여한이 없겠다. 아이들을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게 키우고 싶다.’


 

당사자의 주체성과 관계성을 세우는 꿈

2006년 9월부터 지금까지 만 15년 넘게 영구임대아파트에 있는 지역복지관에서 일하고 있다. 누군가 15년 동안 어떤 가치, 어떤 목적으로 일했냐고 묻는다면 당사자의 주체성과 관계성을 이야기하겠다. 당사자를 어렵고 불쌍한 사람으로 여기기보다 의지, 관계,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보고자 했다. 

나와 만나는 당사자가 되도록 당신 스스로 선택 결정하고, 당사자가 할 수 있는 만큼 과정을 채워, 작더라도 의미 있는 성공을 이루게끔 도왔다. 당사자의 이웃 관계, 지역사회 속 관계가 새로 생기게 혹은 기존 관계가 더욱 깊어지거나 좋아지게 도우려 애썼다. 모든 일을 그렇게 해오지는 못했으나, 해볼 만한 일, 중요한 일에서 되도록 그런 원칙으로 일했다. 

앞으로도 당사자의 주체성과 관계성을 살리는 일에 헌신하고 싶다. 승진을 하고는 주민, 당사자를 직접 만나 일하는 기회가 줄었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그렇게 일하고 싶다. 또한 같은 기관 혹은 다른 현장 후배들이 주체성, 관계성의 가치를 체화하고 잘 발휘할 수 있게 돕고 싶다. 

 


아이들을 자기 삶의 주인으로 키우는 꿈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 인생 하나 똑바로 살 자신이 없는 사람이 아이 인생까지라 생각하니 두렵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이 넷 낳아 식구가 북적이는 가정을 꿈꾸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여 아이 셋의 아빠가 되었다. 감사하게도 아내가 첫째 출산 때 넷에서 셋으로 하나 줄이겠다고 마음먹어주었고, 아들 둘 다음에 딸을 낳아 셋으로 잘 마무리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도 자랐다.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내 일이 먼저인 편이라 아들 바보 딸 바보 해본 적도 없다. 2019년 일 년간 육아휴직을 하며 나는 아이들과 친해졌고 아이들은 내가 편해졌다. 아이를 키우며 가족이 주는 기쁨과 충만함을 느끼게 되었다. 

내 인생 똑바로 살기 위해 오히려 아이들이 필요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아이 인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교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내 인생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주체성인데 아이들을 객체로 생각했다. 아이 삶과 가까워지며 아이 인생은 아이가 사는 것이고 그 기쁨과 책임도 아이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 가정을 잘 꾸리고 싶다. 가족 간 사랑이 넘치는 사이, 끈끈한 관계는 이어 가되, 나는 나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소중한 가치를 이루며 살고 아이들은 각자 자기 원하는 인생을 살기 바란다. 아이들도 나처럼 옳다고 믿는 것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을 하며 살기 바란다.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지지하고 지원하고 싶다. 



- 월곶도서관 나를 알아가는 에세이쓰기반에서 '나의 길 나의 꿈'을 재제로 쓴 글


[출처] 좋은 사회복지사, 좋은 아빠로 사는 꿈|작성자 빈손 김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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