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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어야>
  • 편집국
  • 등록 2023-02-01 09:35:34
  • 수정 2023-03-10 06: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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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4 박시현 동문의 글

<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어야>


“목심을 여기 구멍에 넣어서 톱으로 자르면 돼요.” 

목공방 사장님의 시범을 보고 이대수 씨가 톱으로 하나씩 베었다. 


“거의 다 했네요.” 

사장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톱날이 사장님 엄지를 스쳤다. 


“이런.” 

사장님의 짧은 외침이 들렸다. 

대수 씨의 눈동자가 커진다. 

베인 자리에서 금세 핏방울이 올라왔다. 

대수 씨가 어찌할 바를 모른다. 


 “괜찮아요. 이거 지혈하면 금방 멈춰요.” 

놀란 대수 씨를 사장님이 다독인다. 


“다음 주면 좋아져요. 그러니 걱정 마요.” 

공방에서는 흔한 일이라며 안심시킨다. 

대수 씨가 휴지를 건넸다. 


“고마워요, 대수 씨. 잘 보셨죠? 안전이 중요한 이유예요.” 

평소 잘 끼던 장갑을 그 순간 깜빡했던 모양이다. 


대수 씨가 작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사장님 손을 자꾸 쳐다본다.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에서 이대수 씨의 마음을 헤아린다. 


“본인 때문에 다른 사람이 다친 적이 없었어요.” 

대수 씨 대신 설명했다. 


“괜찮아요. 그라인더를 놓쳐서 엄지발가락을 수술한 적도 있어요.” 

사장님은 공방 운영하며 다쳤던 과거를 꺼냈다. 생각보다 많다. 


작업 중에도 대수 씨는 사장님 손가락을 수시로 살폈다. 


“오늘은 많이 못 했네요.” 

작업을 걱정하는 사장님의 말에 대수 씨는 엄지를 내민다. 


“봐요. 이제 피도 안 나죠? 다음에 오면 상처도 없을 거예요.” 

사장님은 거듭 대수 씨를 안심시킨다. 

대수 씨가 긴 한숨을 쉰다. 


2022년 11월 1일 화요일, 홍채영 (발췌, 편집)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것은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고, 

좋은 관계 나쁜 관계에 놓이며, 기쁨은 물론 상처를 주고받고, 

심지어 남에게 피해를 입기도 하고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삶은 힘들고 어렵다, 누구에게나.


공방에서 일어난 사고에서 대수 씨의 삶을 보았다. 

의도하지 않은 사고로 사장님에게 피해를 주었다. 

놀라고 미안해서 어쩔 줄 몰랐다. 

대수 씨의 마음과 시선이 사장님에게 머물렀다. 

그날도 이튿날도, 상처가 아물 때까지. 


사장님은 상처를 회복해야 했고, 대수 씨는 감정을 회복해야 했다. 

공방에 갈 때마다 안부를 묻고 손가락을 확인했다. 

그럴지언정 공방에 갔다. 

사장님은 ‘오지 마라.’ 하지 않았고, 대수 씨도 가지 않을 생각은 없었다. 

상처는 크지 않아서 곧 회복했고, 대수 씨도 곧 웃을 수 있었다. 

 

이렇게 회복할 수 있는 일에도 장애인에게는 곧잘 ‘사고’라는 멍에를 씌운다. 

멍에의 귀퉁이에는 ‘안전, 보호’라고 선명하게 적혀있다. 

사람들은 ‘이제 멍에 덕분에 안전하게 살게 되었다.’며 좋아하고, 

멍에를 칭찬하며 멍에에 감사한다. 

멍에 덕분에 행복할 거라는 사람도 있다. 


멍에는 그가 감당할 몫이 아니다. 

그가 감당할 것은 ‘타인의 피해와 놀란 가슴, 커진 동공, 미안한 마음’이다. 


멍에는 홀로 감당할 몫이 아니다. 

나의 멍에를 가족 친구 이웃이 감당할 때가 있고, 

때로 내가 그들의 멍에를 감당하듯, 

그의 멍에도 함께 감당해야 한다. 


‘위험에 처할 권리가 있다.’고 외치면, 

사람들은 ‘그 위험의 크기는 어디까지인가?’ 하고 되묻는다.

모른다. 어떤 위험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모른다.


나는 돌아서서 그렇게 묻는 사람에게 들릴 듯 말 듯 이렇게 말하겠지. 


 “위험에 처할 권리는 다칠 권리만 있는 게 아니야. 

남에게 피해를 줄 여지도 있는 거야.”


2023년 1월 31일 (월) 


* 이대수 씨를 지원하는 홍채영 선생님의 기록과 말을 옮기고, 생각을 정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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