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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가 애국가 영상을 만든다면
  • 김상진 기자
  • 등록 2023-02-19 11:21:13
  • 수정 2023-02-24 10: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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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진

예전 ‘대중문화와 사회복지’를 주제로 발표하는 어느 자리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 말이 있습니다. “제가 꼭 도전해보고 싶은 소재는 애국가(영상) 입니다. 애국가까지 쓰게 되면 소재로 못쓸 게 없을 거 같아요.” 맞습니다. 오늘은 애국가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청률이 저조한 방송프로그램을 보면 ‘애국가 시청률’이라는 말을 씁니다. 지상파 방송국은 방송을 시작할 때와 끝맺을 때 애국가를 내보내지요. 물론 애국가를 하나의 완성된 프로그램으로 볼 수는 없지만 통상 0.5% 내외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절부터 4절까지 3분이 넘는 시간동안 애국가에는 다양한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가장 많은 장면은 백두산, 무궁화, 소나무, 달 같이 애국가 가사 내용으로 채워집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상징인 태극기, 사물놀이, 팔만대장경, 첨성대에 독도나 현충원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애국가에 등장하는 사람들입니다. 가장 많이 나오는 직업군은 축구선수, 피겨스케이트선수, 양궁선수, 유도선수 같은 운동선수들입니다. 올림픽 금메달이나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들이지요. 그 다음으로는 육군, 해군, 공군 등 군인이 등장하고, 반도체공장, 제철소의 노동자들이 등장합니다. 애국가 영상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풍경, 사물, 문화, 사람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자부심을 느낄만한 소재들이지요.

 

만약 내가 애국가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당연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것들을 넣겠지요. 아마 지금 애국가 영상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그럼 사회복지사인 제가 몇 장면을 수정하고 추가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담을 것인가 생각해봅니다. 저는 두 가지 정도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먼저 <응답하라 1988>에 등장했던 이웃들의 인정 넘치는 모습입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이웃들과 반찬을 나누었더니 집집마다 저녁 밥상이 풍성해졌던 장면이나, 택이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동네사람들이 모두 돌아가며 간병하던 장면도 참 좋았습니다. 아이 하나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처럼 함께 어울어져 살아갔던 모습 말이지요.



요즘 세상에 그런 인정이 어디 있냐고, 그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될 수 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중요한 정서가 정이지 않습니까. 그런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지요. 그리고 사회복지사로서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요즘 우리가 느끼는 결핍은 대부분 물질에서 오지만 어찌보면 상대적 빈곤감, 정서적 공허감이 더욱 크지요. 사회복지가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정으로 맺는 관계,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돕는 일이 아닐까요.

 

다음으로 생각한 것은 앞서 애국가 영상에 등장하는 많은 요소 중 사람에 대한 것입니다. 애국가에는 세계 최강의 운동선수나, 반도체, 제철처럼 규모가 큰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나옵니다. 세계 최강, 세계 최고의 사람들을 보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지요.

 

하지만 그런 최강, 최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기 종목, 엘리트 스포츠 선수만 있는 게 아니라 비인기 종목 운동선수들도 있고 훨씬 더 많은 생활체육인들도 있습니다. 이들이 서로 잘 어울어 질 때 우리나라 체육계가 균형 있게 발전하겠지요. 체육계뿐 아니라 일반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에게 잘 드러나고 두드러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함께 살아갑니다. 그런 분들을 인정하고 긍정하는 모습도 꼭 담고 싶습니다.

 

지역사회도 마찬가지지요. 우리 동네에 버스기사님들이 모두 며칠 동안 일을 하지 않는다면, 환경미화원분들이 일주일만 자리를 비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지역 주민들의 복지지수가 확 떨어지겠지요. 그러니 지역주민, 당사자의 복지향상에 기여하는 것이 우리 사회복지사들만은 아닙니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함께 지역주민, 당사자를 ‘사회복지’가 아닌 이름으로도 돕고 있지요. 우리가 하는 일 가운데 그분들을 인정, 긍정하면 좋겠습니다.



이번 여름 기록적인 무더위 속에서 시원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부산진구 럭키아파트 주민들이 “집배원님, 환경미화원님, 택배기사님, 경비원님. 시원한 생수 드시고 힘내세요!"라고 적힌 무료 생수 보급 아이스박스를 여름 내내 운영했다고 하지요. 원래 한 주민이 여름마다 하던 일인데 올해는 여러 주민들이 참여하고 이후에는 신협, 병원, 돼지국밥집도 동참해서 온 동네가 함께 했다고 합니다. 이런 장면이 애국가 영상에 들어가면 어떨까요.



저희 복지관은 주민들과 상의하여 가양5단지 경비원분들에게 삼계탕을 대접했습니다. 하루 일하고 하루 쉬시는 경비원분들의 근무상황을 고려하여 이틀 동안 대접했는데요, 경비원분들은 매년 잊지 않고 대접해주어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삼계탕 대접에 함께하신 주민분이 그러시더군요. 원래 복지관은 동네 어려운 사람들만 바라보고 일한다고 생각했는데, 경비원분들처럼 뒤에 있는 사람도 봐주어서 고맙다고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동네 주민들의 복지에 사회복지사만 기여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한 부분이지요. 만약 택배가 일주일 늦어진다면, 경비원분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면 주민들은 얼마나 불편과 어려움을 겪게 될까요. 그러니 꼭 ‘사회복지’ 이름이 붙지 않더라도 더 많은 분야,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 그분들과 함께 지역에 기여할 수 있게 일하면 좋겠습니다.



[출처] 사회복지사가 <애국가> 영상을 만든다면|작성자 빈손 김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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