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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오베를 살린 이웃
  • 김상진 기자
  • 등록 2023-03-17 12:52:15
  • 수정 2023-03-17 12: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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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평생 일한 직장에서 잘렸습니다. 부모님은 오베가 어릴 적에 죽고, 사고로 인한 유산으로 자녀도 낳지 못했습니다. 가족도 희망도 하나 없는 삶. 오베는 아내의 무덤을 찾아 곧 곁으로 가겠노라고 말합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던 그때 앞집에 이사 온 다문화가정 이웃이 그를 방해합니다. 평소 오베는 무엇이든 똑바로 줄을 맞추고 결벽증으로 보일 만큼 철저히 정리 정돈을 했습니다. 운전에 서툰 이웃은 후진을 하다가 그의 정원과 우체통을 망치고 이를 보다 못한 오베는 대신 주차를 해줍니다. 


오베의 이웃은 입원한 남편에게 운전을 해달라, 아이를 봐달라, 운전 연수를 해달라 요구하며 계속 오베의 삶에 끼어듭니다. 미운 정도 정말 정인 모양인지 오베는 이웃의 ‘방해’를 겪으며 정이 들어 버립니다. 오베는 이웃과 많은 일을 겪으며 다시 살고자 하는 마음을 찾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오베가 삶의 희망을 찾는 동안 사회복지사나 자원봉사자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베는 언젠가부터 이슈가 독거가구에 무연고자입니다. 기준에 따라서 극단적인 선택이나 고독사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사람이겠지요. 2023년 우리나라라면 공적 체계에서 관리가 필요한 사람인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영화에서 오베를 살린 건 그저 평범한 이웃이었습니다.


영화 <오베라는 남자>를 보고 나면, 사회사업을 길에서 마주치면 인사 나누는 이웃, 무언가 부탁하고 부탁 받는 사이에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굳어집니다. 제가 일하는 영구임대아파트에서도 결국 이웃 관계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이웃으로 지내며 인사하고 내 주변 오베에게 조그만 관심을 갖는다면, 이런저런 구실로 얼기설기 관계가 생기고 엮인다면 그럼 좀 낫지 않을까요? 임대단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로서 오베 곁 더 많은 이웃 친구를 찾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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