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BOOK} 김연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
  • 이연주 책임기자
  • 등록 2023-04-14 05:14:29
  • 수정 2023-05-05 20:57:35

기사수정


김수연 작가로 인해, 나는 사유의 바다를 마음껏 헤험치고 다니는 경험을 한 것 같다.

무겁지고 가볍지도 않은 8편의 이야기!

그 속에 담긴 작가의 의도와 하고 싶었던 말들..... 이 조곤 조곤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경험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첫 이야기를 보고는 솔직히 책을 손에서 놓을수가 없었다.

거기에는 세번의 삶이 나온다.

첫번째,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삶,

두번째, 과거를 기억한 재로 현재에서 과거로 거꾸로 가는 삶,

세번째, 미래를 기억한 채로, , 다시 한 번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삶...


이 세번째 삶은 첫번째 삶과 같은 방향으로 시간이 흐르니까 다시 한번 살아가는 셈이지만,

두번째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즉, 인식의 패턴이 완전히 바뀌는 것인데,

이미 일어난 일들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원인이 되어 

현재의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거가 원인이 아니라, 미래가 원인이 되어 현재를 살아간다.

미래에 이토록 평범하게 누군가와 누릴 행복을,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할 일상을 기억한다면

현재를 살아낼 수 있다!

현재는 용서할 수 있다!


단편 속 지민의 엄마는 지민이와 함께 할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상상할 수 없었기에 

자살했지만,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남자친구와의 동반자살을 꿈꾸었던 지민은

지금의 남편과 엄마의 소설을 찾아 남편의 삼촌을 만나면서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기억했던 걸까

수십년 지난 미래인 현재에 맥주캔으로 건배를 하며 

지금의 남편과 동반자살을 계획했던 그 해 여름의 시작.

그 지나간 시간을 추억할 미래를...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이 세계관은 마지막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에서 이어진다.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자신의 여동생을 죽인 남자가 있었다.

그 목소리, 얼굴까지도 지금 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하는 그 남자가 

지금 바로 눈 앞에 있다.

그를 쳐다보며, 총에 맞아 죽어간 여동생의 얼굴을 기억해 냈을 것이며,

그 곱고 안타까운 동생을 보내지 못해 매일 밤 꿈에서 후회하고 후회하는 

과거를 반복하고 있음에도...

다시 객차 안으로 들어가 선반 위에 올려놓은 가방에서 책을 꺼내 

자리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 책의 글을 읽으며 세시간을 달려 할아버지는 대구에 내렸다.

그 때 할아버지는 미래의 우리를 생각했던 것이리라. 아마도 그랬으리라.

미래를 기억했기에, 할아버지는 자신의 살인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작가는 마무리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으로 강한 여운을 준 것은...

세번째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는... '세컨드 윈드'


버티고 버티다가 넘어지긴 다 마찬가지야. 근데 넘어진다고 끝이 아니야. 그 다음이 있어. 

너도 KO를 당해 링 바닥에 누워 있어보면 알게 될 거야. 그렇게 넘어져 있으면 조금 전이랑 

공기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져. 

세상이 뒤로 쑥 물러나면서 나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바로 그 때 바람이 불어와. 나한테로."  [60쪽]


"난주의 바다앞에서" 은정에게 불어왔던 바람. 

병으로 죽은 아들을 부여잡고 죽고 싶었던 순간, 

은정을 다시 살게 해 준 새로운 바람! 

남해의 이 바다는 정난주의 바다였고, 은정의 바다였다. 

극한의 순간! 마지막일 것 같은 순간! 

그 고통이 줄어들고 운동을 계속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고 의지를 불태우게 되는 상태인 

'세컨드 윈드'. 

은정도 난주도 그들의 마지막 순간에 그것이 마지막이 아니라, 

그 다음이 있음을 알게 된다. 

KO되었다. 패배했다. 실패했다는 것이 더이상 살아갈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다. 살아가야함을 말하는 것이다. 

'센컨드 윈도'가 시작되는 것이다.


센컨드 윈드가...


나의 세컨드 윈드...

나의 살아가야하는 이유는...

"나의 하나님" 한 분이다.


버티고 버디다가 넘어진 그 순간

일어날 힘조차 없던 그 순간

그 순간 내게 불어온... 나를 만나주신...

나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하고, 받아주신 나의 아버지!


날마다 나의 고백은!

"주의 은혜로 말미암아 내 배에서 생수의 강이 넘칩니다."

이 고백이 나의 고백이 됨이 얼마나 감사한지...

이 고백이... 하나님이 찾도록 찾으시는 그 한 영혼에게도 경험되기를... 

그의 고백이 되길 소망한다.

그래서, 오늘도 내게 맡기신 한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

누군가는 날 위해 기도하듯이... 나도 그를 위해 기도한다.

세상살이가 힘든 그에게도 세컨드 윈드가 불기를...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경북대학교 사회복지학부
facebook
사회복지학부 재학생 유투브 채널
인스타그램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