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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 자연휴양림에서
  • 편집국
  • 등록 2023-05-25 08: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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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은혜

비슬산 자연휴양림에 왔다. 그늘막을 내린 데크에 테이블이 달린 캠핑카들이 군락을 이룬 곳이었다. 그 중 한 곳에 우리 네 식구가 묵어보기로 했다. 밤이 되면 하늘은 별로 가득 차고 온 세상은 캄캄한 고요에 파묻히게 될 거라 잔뜩 기대를 하고서. 


아니었다. 별은 몇 개 보이지 않았다. 촛점에 따라 다른 별자리를 보게 될 거라고 벼르던 기대가 주저 앉았다. 도심에서 보던 별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대신 소리로 가득 찬 밤공기를 만나게 되어서 조금 당황하게 되었다. 


고요 같은 건 없었다. 옆 집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로 쿵짝거리던 디스코 음악도 껐는데 말이다. 숲은 빛으로 가득하던 공간의 밀도를 소리로 유지하려고 드는 것만 같았다. “뻐꾹, 째재잭, 삐리릭” 누가 잠을 깰지도 모르니 소리를 낮추어라, 하고 조심하거나 눈치보는 기색 하나없이 마음껏 내지르는 새와 벌레, 바람이라는 존재를 자꾸만 상상하게 되었다. 뻐꾹, 하는 소리로 보아 뻐꾸기구나, 하는 것 말고는 그 다양한 소리를 분간할 수 없는 내가 답답하기도 했고 말이다. 


도저히 그냥 잘 수가 없었다. 새벽 4시가 넘은 언젠가 혼자만 카라반을 조용히 빠져 나와 핸드폰 녹음기 어플을 켜게 되었다. 허공에 대고 녹음 단추를 한번 눌러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장된 파일 재생 버튼을 누를 때마다 왁짝지글한 숲의 소리가 고대로 잡혀나왔다. 내 귀에 들리던 소리를 기계도 똑같이 들었다는 사실이 재밌어서 자꾸만 녹음하게 되었다. 기계가 나와 같이 들은 소리를 내가 다시 들으며 확인한다는 게 우습게 보이기는 해도 나로서는 신기하기만 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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