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나가노 하루의 엄마와 우리 엄마는 다르지만 저자 나가노 하루의 엄마는 정신장애인이다. 여덟 살이 되던 해부터 일하러 가서 집에 없는 아빠를 대신해 엄마를 데리고 조현병 약을 타러 병원을 다니고, 엄마가 망상으로 옷을 벗거나 소리를 지르고 집 밖을 배회할 때마다 곁을 지켰다. “엄마에게 뺨을 맞았을 때, 엄마가 전철 바닥에 대자로 누웠을 때, 나는 의식이 변모함을 느꼈... 2023-12-27 성희자
- 어느 여름날의 기억 1987년, 열한 살 되던 해 여름이었다. 할머니를 만나러 우리집을 찾곤 하던 진외가 작은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자다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잠자듯 조용히 말이다. 장녀였던 할머니를 비롯해서 할머니의 형제는 모두 피부가 희고 외모가 우아했는데 하얀 모시적삼에 새하얀 중절모와 백구두까지 갖춰 입고 다니던 진외가 작은할아버지는, 그... 2023-12-22 편집국
- 사표쓰고 싶은 날 학교 선생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초등학교 1학년 그룹홈 막내가 오늘 양말을 안 신고 온 것 같다고. 살뜰히 입혀서 보냈노라 당장 답하고 싶었다. 이 추운 날 학교 가는 어린아이에게 어떻게 양말을 안 신길 수가 있나 하고 말이다. 그런데 기억이 없었다. 검은색 운동화를 신은 막내가 회색 조거 팬츠 위에 겨울용 야구점퍼를 걸치고 안경을 ... 2023-11-17 편집국
- 마음이 통하는 사이 누군가의 마음을 받는다는 것. 나도 모르게 그 누군가에게로 마음이 달려간다는 것. 그것은 가끔씩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놓기도 한다.밥을 짓거나 메일을 회신하는 간단한 일이 버거워서 멍해지는 며칠을 보내고 있었다. 나이를 먹는지 몸이 자꾸만 늘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해야 할 일들을 겨우 겨우 쳐내고 나면 정작 하고 싶었던 일... 2023-07-08 편집국
- 우리를 구경하던 사람들 앞에서 엄마와 함께 외할아버지를 만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아마 다섯 살이나 여섯 살 정도 되었을 것이다. 엄마는 뇌성마비 때문에 수시로 몸이 뒤틀리고 굳었다. 그것 때문에 두통이나 관절염, 몸살 같은 온갖 병을 달고 살았다. 그래서 엄마는 몇 번인가 내 손을 잡고 병원을 찾아가 주사를 맞고 약을 타왔다. 내과 의사인 외할아버지의 병원이... 2023-06-04 편집국
- 마음이 오고 가는 관계 누군가의 마음을 받는다는 것. 나도 모르게 그 누군가에게로 마음이 달려간다는 것. 그것은 가끔씩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놓기도 한다.밥을 짓거나 메일을 회신하는 간단한 일이 버거워서 멍해지는 며칠을 보내고 있었다. 나이를 먹는지 몸이 자꾸만 늘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해야 할 일들을 겨우 겨우 쳐내고 나면 정작 하고 싶었던 일... 2023-05-31 편집국
- 비슬산 자연휴양림에서 비슬산 자연휴양림에 왔다. 그늘막을 내린 데크에 테이블이 달린 캠핑카들이 군락을 이룬 곳이었다. 그 중 한 곳에 우리 네 식구가 묵어보기로 했다. 밤이 되면 하늘은 별로 가득 차고 온 세상은 캄캄한 고요에 파묻히게 될 거라 잔뜩 기대를 하고서. 아니었다. 별은 몇 개 보이지 않았다. 촛점에 따라 다른 별자리를 보게 될 거라고 벼르던 기... 2023-05-25 편집국
- 이모 화장실 좀 가자 새벽 다섯 시.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계속 눈치만 보던 중이었다. 그냥 이부자리를 확 걷어내고 일어나면 되는 일이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나와 한 방에서 잠을 자던 막내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성통곡을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34개월 막내는 감기에 걸려서 몸이 좋지를 않았다. 밤새 선잠을 자며 나를 괴롭혔다. 그런 저를... 2023-05-04 편집국
- 엄마와 이모사이 윽! 딴 집 냄새!”퇴근해서 집에 들어설 때마다 둘째 딸은 나를 끌어안다 말고 종종 이런 소리를 했다. 그것도 정색을 하고. 내가 그룹홈에서 일한 지 2년 정도가 될 때까지 아이는 매번 이렇게 반응했다. 2박3일씩 다른 공간에서 먹고 자고 하다 보니 그곳의 냄새가 온몸에 배는 모양이었다. “엄마가 돌아올 때마다 다른 집 냄새가 퍼지... 2023-04-27 편집국
- [동문 출간] 전지적 언니 시점 제 이름이 적힌 책은 처음입니다. 그러나 이 책을 위해서 제가 고생한 것은 없습니다. 제목도, 표지도, 심지어 원고마저도 전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선의와 노고에 기대고 있습니다. 이 책 안에는 제 글이 단 한 편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찾아와 손 내밀고 어깨 곁는 ‘언니’들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손 내밀고 용기 북돋... 2022-12-26 성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