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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돌봄과 인권
  • 성희자 편집부
  • 등록 2024-01-08 18: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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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류은숙 지음, 2022. 코난북스


우동사에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그런데 이 책을 빌려와서 읽는데 웬지 모를 슬픔이 스멀스멀 일어났다. 왜 일까? 나도 돌봄을 받아야 할 대상이기 때문일까? 누군가를 돌보아야 할 것이 예정되어서 일까? 알 수 없지만 나에게 스멀스멀 슬픔이 밀려왔다. 반대로 이 책의 논리에 맞서는 힘이 느껴졌다. 논리적으로 대항할 수 없었는데도 내 안에서 무언가 맞부딪히는, 저항하는 힘 같은게 느껴지고 책장이 쉽게 잘 안 넘어갔다. 그래서 한번 더 읽기로 했다.

처음부터 끝가지 다 읽고 다시 읽기 시작하니 앞선 그 저항하는 느낌은 일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한(?) 슬픔은 올라왔다. 계속 읽고 있자니 그 슬픔에 잠길 것 같아 빨리 읽기로 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돌봄의 토대

1장 왜 돌봄과 인권인가?

2장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인간의 존엄을 다시 생각한다)

3장 우리는 누구나 의존하는 존재다.(취약성/의존성, 상호인정, 호혜성)

4장 돌봄의 윤리(돌봄을 지탱하는 공통의 감각)

 

2부 돌봄의 현장

5장 서로 기대는게 당연한 사회를 상상하기(“폐 좀 끼치면 어때”) 

6장 보호자의 자리(죄책감과 막연함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7장 돌봄노동자의 자리(신파와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8장 보편적 돌봄을 상상하기(‘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VS ‘아무나 돌봐라’)

 

3부 돌봄권

9장 ‘돌봄권’의 출발(권리의 문법을 바꾸는 권리)

10장 돌봄권의 의의(인간의 존재를 재발명하기)

11장 시민의 자리(독박과 고립은 그만, 동심원을 그리는 시민들)

12장 국가의 자리(취약성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국가)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돌봄은 인권과 마찬가지로 보편적인 속성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을 취약한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을 구분하게 되고, 돌봄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으로 구분하게 되어 현재 나타나는 낙인과 외면을 벗어날 수 없다고 보았다.

산업자본주의는 노동하는 인간을 윤리적인 것으로 규정하였다. 그 중에서도 임금노동자만이 윤리적이라는 것, 즉 노동할 수 있는 몸이 표준적이고 정상적인 몸이기에 그렇지 않은 몸은 ‘비정상적인’ 몸이 된다. 생산적인 노동에 복무할 수 있어야만 사회적으로 독립성을 인정받고 그에 걸맞는 사회적 지위를 배당받게 된다는 것이다. 병들었거나 장애가 있거나 하여 ‘기능하지 못하는 몸’은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그래서 누구나 그런 삶을 피해갈 수 있기를 바라기만 하는 비현실적인 상태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인간은 오랫동안 의존해서 독립하였고, 또다시 의존하는 시간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몸을 가진 존재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그런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분리하고 도망하고 ‘자는 잠결에 죽기를 소망하는’ 비현실적인 소망으로 내 삶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회피와 배제와 비난은 오히려 독박 돌봄과 고립을 가져와 돌봄을 더욱 시장화하게 만들고 본질을 벗어나 돌봄자만 비난하게 만들었고 돌봄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돌봄과 인권을 연결하였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취약성과 의존성을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누구나 돌봄을 받아온 기억이 있다’는 사실에서 돌봄윤리의 보편성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호가 아닌 실천적인 돌봄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돌봄의 겹을 살피고 그 겹에 따라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 돌봄자를 지원하는 공동체와 제도, 그리고 이러한 돌봄행위들의 선순환속에서 돌봄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켜내는 것이 돌봄권에서 이루어야 할 일이다. 

 

우리 어머니는 늘 나를 볼 때마다 “내가 너무 오래 살아 걱정이다, 내 형제들을 보면 다들 오래 사는데, 더 오래 있으면 자식들 고생시키는데. 그 전에 죽어야 하는데.. ” 이런 말을 자주 하신다. 그 때 마다 “엄마, 자식들 키우느라 고생하셨는데, 고생 좀 시키면 어떠노, 잘하고 못하고는 모르겠지만 그건 엄마가 걱정하실 일이 아닌 것 같다” 위로랍시고 말을 건네면 “잘 죽어야 하는데....” 이런 말씀으로 말을 맺는다. 


사실 노년의 돌봄과 의존은 어머니 만의 문제는 아니다. 나의 문제이고 너의 문제인것인데,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암담하기 까지 한 큰 일이라고 생각은 들었지만 회피하고 있었던 그 문제임을 이 글을 다 읽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돌봄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무기력에 빠져 있던 나의 무의식을 자극하였던 것이다. 당면하게 될 문제이지만 사회가 크게 바뀌지 않으면 안될 일인데, 바뀌어질 것 같지는 않고 그래서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부인해버리던 나를 큰 물결이 자극하게 되어 나타난 현상인 것 같다. 

의존을 두려워하지 말자. 어떠한 조건이던지 간에 돌봄을 받아야 하고, 그 돌봄을 국가와 사회에 당당하게 요구하자. 좀 시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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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iby2024-01-18 10:41:59

    의존을 두려워하지 말자. 어떠한 조건이던지 간에 돌봄을 받아야 하고, 그 돌봄을 국가와 사회에 당당하게 요구하자!!!

    저도 시원해 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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