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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이연주 책임기자
  • 등록 2024-04-20 02: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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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은 단순히 재화의 부족이 아니라 자유로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는 역량의 박탈이다.(아마티아 센)

즉, 빈곤 대물림은 이런 박탈의 경험이 대를 이어 축적되고 불평등한 사회구조로 고착되는 과정인 것이다.



처음 우동사에서 추천하여 함께 읽게 되었을 때, 제목을 보고 기대와 우려가 함께 섞였다. 이미 현장에서 많은 힘듦을 보았었기에... 그럼에도 10년의 기록이라기에 많은 기대가 더불어 있었던 것 같다.


이 곳에는 청소년에서 좌충우돌 끝에 성장하고 있는 8명 청년들의 이야기가 있다.


"미래를 생각하면 정말 어두워요"라며 우울을 견디는 삶을 살아온 소희!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바르고 성실하게 자라온 영성!

"제 경험을 활용하는 게 제 강점이에요"라며 무한의 슈퍼 긍정 에너지를 발산하는 지현!

"나중에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라며 우울한 청춘의 그늘에서 힘들어 했지만 자신에게 잘 맞는 길을 찾아보게된 연우!

"여기서 밀리면 끝이에요"라는 각오로 빈곤의 늪에서 스스로를 건져내려 했던 수정!

"오토바이를 타면 답답한 기분이 풀려요"라는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시간을 범죄와 함께했던 현석!

"돈이 업으면 불안해요"라고 했던 미래 사업가의 꿈을 꾸고 키워가며 끊임없이 일하는 우빈!

"사람들 시선이 싫어요"라며 눈에 띄게 되는 시선이 무서웠던 혜주!


영성이를 보면서는 문경에서 종합사회복지관 근무 때 만났던 보호관찰대상이었던 한 아이가 생각났다. 건강한 가정, 다복한 가정, 행복한 가정이 늘 고팠던 그 아이가 한 순간 스쳐지나갔다. 

어떻게 컸을까?


지현이를 보면서는 나의 청소년기가 생각나기도 했다. 

가난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현상일 뿐이고, 내 잘못도 죄도 아니기 때문에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음을 알았기에 다섯 식구가 한 방에 자면서도 행복했고, 반지하에 살면서도 성실한 부모님이 자랑스러웠던 나의 청소년기는... 나름 괜찮은 추억이다.

왜냐면, 그 때는 정말 다 그렇게 힘들게 살았었기에, 누구나 할 것없이 열심히 살아내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지금보다 덜 불평등했고, 지금보다 사회적 피로도가 이렇게 높지 않았었던 것 같다. 그렇게, 지현이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면서 함께 힘주어 격려도 하고 기특해서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구미에 있는 삼성전자에 강의를 하고 있다. 

오전 강의를 하고 저녁강의 사이에 텀이 길어 기숙사 동 안에 있는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 커피를 마시러 오는 20대의 젊은 아이들(삼성직원들)을 보면서 '이 아이들의 웃음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음도, 이미 너무 기울어져버린 운동장이지만,

누군가 잡히기만 하면 물고 뜯고 늘어지는 희생양을 찾는 사회적인 피로도 최상의 대한민국에서...

이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아이들을 억누르는 짐을 좀 가볍게 나눠질 수 있는 사회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가능성과 선택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때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빈곤의 문제가 오늘날 이 아이들만의 문제일까?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노인들의 빈곤은??

자고 일어나 보니, 누군가는 코인으로 벼락부자가 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거지가 되어버린 중산층의 몰락은??

그럼에도 오늘은 여기서 생각의 가지를 잘라냈다.

우선, 대한민국에서 지금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자립은 어떻게 진행이 되어야 할까?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보려고...


해답없는 답을 찾으려고 애쓰는 끝도 없이 떨어지는 꿈을 꿀 때의 심정으로 이 책을 다 보고 덮었다.



나름의 삶을 잘 살아내고 있는 8명 청년의 이야기는 내게 오늘 사회복지사로 살아가는 이정표가 되는 목소리를 전달한다. 그리고, 연구의 현장에서 실천의 현장에서 작은 정의를 좀 더 실현해보자는 행동으로 나를 부추긴다. 그렇게 이 사회를, 같은 뜻으로 동역하는 공동체들과 함께 좀 정의롭게 디자인해 보고 싶다는 강한 의지로 주먹을 불끈 쥐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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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04-20 18:41:50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던져져서 이렇게 살게 되었는지 고민해 볼 기회도 없었던 사람들이라면., , ,
    한번 고민해 볼 법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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