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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쪽방과 우리의 주거권
  • 이연주 책임기자
  • 등록 2024-05-16 11:06:53
  • 수정 2024-05-16 11: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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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쪽방과 우리의 주거권

 

유경진간사 (10학번,대구쪽방상담소에 근무, 경력 6년차) 


쪽방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어요?“

 

대구쪽방상담소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자원봉사자, 후원자,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이 질문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을 좋아한다. 나 역시도 처음 이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며 받았던 질문이고, 지금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당시의 나는 쪽방이라는 단어를 들으며 매우 생소하게 받아들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름 경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열심히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모르던 분야가 있던 것이다.

 

이 질문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이유는 이 단어를 이해함으로써 내가 일하는 사회복지분야의 내용을 잘 품고있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마치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한다고 했을 때, ”장애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그 대상의 상황이나, 복지관의 사업들을 이해하는 밑바탕이 되는것처럼 말이다. 불행히도 노인,장애인,청소년 등 일반적으로 사회복지의 큰 분야로 인식되는 부분에 내가 일하는 쪽방현장, 넓게봐서 노숙인 분야는 사람들의 관심이나, 이해가 비교적 적은 것 같다. 그래서 쪽방이라는 단어의 설명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쪽방이란 주로 1) 보증금 없는 일세 혹은 월세형태로 운영되면서, 2) 취사실, 세면실, 화장실같은 부대시설이 개별적으로 갖춰지지 않은 방에서 3) 건설일용직, 행상 등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계층이 이용하는 저렴한 주거공간을 이야기한다. 건물의 구조는 주로 한 건물에 방을 여러 개로 나눈 형태로, 방 안에는 한 평(3.3M) 남짓한 공간을 주로 사용한다.

 

 

그림1. 한 건물에 방을 여러 개로 나눈 형태 
그림2. 한 평(3.3M) 남짓한 공간을 주로 사용

 

 

 이러한 공간이 아직도 대한민국에 남아있다 것이 믿기지 않을 수 있지만, 아직 대구지역에 60여개 건물, 약 600명이 거주하고 있다. 실제 2020년까지 경북대학교 인근에서도 일부 거주지가 쪽방형태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내가 공부하던 학교의 인근에 이런 열악한 주거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러한 쪽방거주민들을 지원하는 정책적 역사는 IMF까지 거슬러간다. IMF로 인해 많이 발생하게된 거리노숙인은 기존의 노숙인에 대한 정책관점을 크게 바꾸어놓았다. IMF 이전엔 거리노숙인은 대부분 부랑인이란 단어로 불리었으며, 이들은 애초에 경제적 기반이 취약하거나, 정신건강이 취약한 사람으로 취급받아 주로 수용시설에 격리하는 정책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IMF에서 크게 발생한 실업으로 인한 거리노숙인은 사회경제적 충격으로 인해 주거를 잃고 가정이 해체된 경우로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사회문제였던 것이다

 

이런 노숙인 문제를 대처하기위한 과정에서 쪽방이라는 공간이 주목받은 것이였다. 거리노숙인이 가장 접근할 수 있는 최저의 주거시설, 거리와 가장 맞닿아있는 공간이 쪽방이였던 것이였다. 이들은 적절한 냉,난방시설이나, 취사시설, 세면시설이 부재한 공간에서 거주하며 살아야하고, 보증금을 따로 내지 못할 형편으로 인해 언제든 다시 거리노숙으로 갈 수 있는 취약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주민들을 지원하고자 2001년 대구쪽방상담소가 개소하였고, 서울, 부산, 대전, 인천 등 다른 쪽방상담소 역시도 그 시기에 생겨서 복지사각지대를 지원하게 된 것이다.

 

2012년 오랜 논의와 지난한 과정을 통해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며 노숙인과 쪽방상담소에 대한 법제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제정 당시 복지기관과 시민단체에서 노숙인이라는 단어가 거리노숙인으로 한정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노숙이라는 단어가 이슬 로()에 숙박하다 숙(宿)자를 써서 어원에서 거리노숙에 한정되는 취약함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홈리스라는 포괄적인 주거불안정을 담는 단어로 제정을 제안하는 과정도 있었으나 결국 노숙인 등이라는 단어로 법률이 제정되었다. 따라서 현재는 쪽방문제와 쪽방상담소는 노숙인 사업으로 큰 틀에선 묶이나, 그 속에 이라는 분야로 묶이게 되어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쪽방상담소와 쪽방주민은 제도의 변두리에서 위치하여 정책적 사각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나는 이것이 단순히 일부 나이들고 경제적 취약한 일부 노숙의 변두리에 있는 주민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인간은 적절한 주거공간을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주거권의 유명무실함. 주거 정책 자체의 취약성을 잘 드러내는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해외사례의 경우는 노숙 문제에 대한 정의를 단순히 거리노숙의 문제에 국한되는게 아니라 좀 더 넓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경우 1987년 제정된 McKinney-Vento 법은 거리노숙인 뿐만 아니라 모텔, 호텔같은 주택목적이 아닌 숙박시설에 거주하거나, 표준 이하의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를 포함하여 넓게 해석하고 있다

 

유럽 홈리스에 대한 비영리단체 연대기구인 FEANTSA에서 개발한 ETHOS(홈리스와 주택배제에 대한 분류, the European Typology of Homelessness and Housing Exclusion)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크게 4가지 차원으로 나누고 있다. 완전 거리노숙인 Roofless, 시설이나 수용소에 살고있는 Homelessness, 임대차 계약이나, 건물구조자체가 매우 불안정한 공간에 살고있는 Living in insecure housing, 끝으로 과밀주택, 주거로서 부적절한 환경에 사는 living in inadequate housing, 4가지 차원으로 크게 나누어 홈리스와 주택배제를 구분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가. 상당한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나. 노숙인시설을 이용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노숙인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다.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으로 노숙인을 정의하고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의 배제 역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대표로서 주로 쪽방거주민, 여관 등 숙박업소 생활자, 비닐하우스, 찜질방, 만화방 생활자 등이 꼽히지만 이들의 실태에 대한 파악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고 이들에 대한 개입도 마땅치 않다

 

이중 나름 제도권안에 있는 쪽방상담소의 상황에도 문제가 있는데, 쪽방서비스 수혜대상자와 대상건물을 주로 2000년대 IMF때 파악했던 쪽방거주지로 한정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엔 동자동이나 창신동 등 일부 밀집거주지로만 한정하고있어 실제로 기존의 쪽방과 비슷한 상황이지만 서비스 대상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재개발 재건축 등의 멸실과 주거지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김경미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원은 '쪽방의 개념 재정의와 실증적 탐색' 논문에서 법적, 학술, 실제 현장에서 정의가 통일되지않은 쪽방의 개념을 쪽방형 거처로 명명하고, ‘한 가구가 거주 목적으로 사용하는 실내 공간의 면적이 7㎡ 미만이 거나 기초생활 필수시설이 개별 단위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거처로 정의했다. 또한 저자는 국토교통부의 ‘2022년 주택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조사를 바탕으로 쪽방형 거처에 거주하는 가구를 206,308가구(100.0%) 가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하였고, 이중 기존 쪽방상담소의 서비스 지원대상자와 유사한 무보증 월세, 월세 30만원 이하 에 거주하는 가구는 이 중 52.1%, 약 107,486명으로 파악하였다. 이는 기존의 쪽방상담소에서 파악한 전국의 쪽방주민(2023년 기준) 4973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로, 주거복지의 사각지대가 매우 광범위하고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위에서 말한 쪽방형 거처가 실제로 수도권과 일부 광역시 지역에 흔히 말하는 고시원, 고시텔 등 양산된 비적정 거처들을 포함할 것이다. 이러한 거처가 아직까진 홈리스나, 사회문제로 인식되진 못하지만, 고시원, 고시텔이 기존 쪽방문제와 뭐가 그리 다르냐는 질문엔 쉽게 답하기 어렵다. 아직 수면위로 떠오르진 않았지만 젊은 세대가 고시원에서 생활하는걸 당연하게 인지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서 정한 적절한 주거에서 생활할 권리라는 주거권이 유예된 상황은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쪽방이라는 가장 열악한 주거공간을 일컫는 단어로 시작해서 현장에서 일하면서 케이웰타임즈 독자분들과 나누고싶은 주거에 대한 여러 생각을 풀어보았다. 가장 우리에게 가까운 곳인 이라는게 공정하게 나눠질 수 있는 제도와 사회가 되기위해 사회복지계에서도 많은 고민가 활동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림3.  2022년 비주택 거주지 실태조사 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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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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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05-18 19:53:23

    저도 고시원을 하는 세입자가 있는데, 친구나 지인을 초청해도 부끄럽지 않은 시설을 만들어 보자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최소한의 거주공간으로서  갖춰야 할 것들에 대한 안목 높임이 필요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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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j2024-05-17 09:27:02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 설명해주어 이해가 더 나아졌어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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