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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왜 거기서 나와
  • 편집국
  • 등록 2021-01-26 15:39:39
  • 수정 2021-01-26 18: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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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7 김행섭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최근 치과에 갈 일이 많아졌다.

갈 때 마다 의식적으로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너무 하기가 싫어서, 가고 싶지 않아서 견딜 만큼의 에너지를 집중하고 모아야했다.

 “그래, 하루라도 일찍 가는 것이 치과는 돈을 버는 거라는데, 치료가 간단할수록 아프기도 덜 아플거니까 가야해. 이전에 치과 안가고 버티다가 낭패 봤던 일들 생각해봐, 얼마나 아팠어, 또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그러니까 가야하지.”

이렇게 속엣말로 나 자신을 달래는 것이 일상이다.

 드디어 치과에 도착하고 치과의자에 앉는다.

잠시 기다리는 순간에도 내가 치과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잡았다는 것, 두려움을 이기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이미 80%는 한거야 라는 말로 나의 자부심을 세워준다. 

 결전의 순간까지 온 것이다.

 

 마침 그날은 옆자리에서 나의 담당 의사선생님이 어떤 남자 환자를 진료하고 계셨다.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듣는데, 그 남자환자는 음식을 먹다가 딱딱한 것을 씹었는데 순간 찡~한 느낌을 받았고 그 이후에 음식을 씹는 것이 부담스럽고 그 증상이 계속 되어서 왔다는 것이었다.

 불투명 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는 하마터면 훗 웃음소리를 낼 뻔했다. 얼른 소리가 들리지 않게 입술을 꼭 다물었지만. 

 내 웃음의 까닭은 그 남자환자가 치과를 찾은 이유와 내가 온 이유가 똑같았으며, 남자환자의 나이도 얼추 나와 비슷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 우리 나이에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잔뜩 긴장했던 상태가 조금은 풀린 것 같았고, 그런 어정쩡한 모양으로 공감 받고 있는 스스로에 대해 웃음이 났던 모양이다.

 그 때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들려왔다. 

 “금 갔습니다. 발치해야 합니다. 혹시 평소 드시는 약 있으십니까?”

 조금 풀렸던 긴장감이 다시 내 몸을 스르르 죄여오는 것 같았다. 

 “어쩌지, 나도 빼라고 하면...”



사진출처 = 픽사베이


 혼자서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는 동안 선생님이 오셔서 드디어 나도 진료를 받게 되었다.

 엑스레이 사진을 미리 찍어놓았기에 그것도 보시고 두드려도 보고, 나무 젓가락? 같은 것으로 촘촘하게 꼭꼭 다물어 보라고도 하셔서 이상이 있는지를 세밀하게 검사해 보시는 것 같았다. 

 검사 후 다행히 지금 현재로서는 큰 이상이 없으니 3일분 약을 복용해 보고 그래도 이상이 있으면 다시 병원으로 오라셨다. 

“휴우, 나는 큰 숨을 내몰아 쉬었다. 일단 다행이다. 잘 관리해 봐야지, 약한 치아인 걸 알면서도 그날따라 납작하게 말린 누룽지가 어찌 그리 맛나든지.. 얇은 거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누룽지는 무리수였어... 누룽지여! 이젠 안녕!”

 

 계산을 하고 치과를 나오면서 다시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칸막이 옆 남자환자분에게 인류애 비슷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 환자분이나 나나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노화하고 버티면서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 19가 세상을 힘들게 해도, 지병을 조금씩 가지고도. 

 나만 나이 들고 탈이 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조금의 위안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좀 다른 각도로 생각을 돌려보게 되었다.

 

 “그래, 치아는 50년 쯤 써서 낡아지고 약해져 있는데, 음식 먹는 습관은 그대로이니 치아가 감당이 안 되는게 당연하지... 어쩌면 치아는 나에게 이젠 안 돼! 이제는 습관을 바꿔야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인지도 몰라. 또 고마운 것은 몸이 증상으로 나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거야. 마치 길거리의 신호등이 빨간불과 노란불로 우리의 안전을 담보해 주듯 나의 상태를 알려주는 메시지 같은 지도 몰라.“

 이러한 생각에 이르자 몸이 우리에게 보이는 이상신호에 당황하고 짜증스럽게 반응했던 내 모습 속에서 우리가 노화하고 아프고 하는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는 내모습이 겹쳐보였다.

 치아가 약해져서 좀 불편해졌지만, 치아가 약해지는 순간까지 반 백년 이상을 사고나 큰 탈 없이 살아남아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고마움은 망각한 채 말이다. 

 

 노화라는 불편한 진실에 대하여 못마땅한 마음으로 지내기보다는 “니가 왜 거기서 나와.” 같은 노래라도 부르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고 싶다. 혹시 옆에 같이 걸어가는 친구가 있다면 장난도 좀 치면서 걸어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노라면 즐거운 마음 탓에 노화에 대한 부담을 잠시 잊어버리기도 하고, 즐거운 마음은 약이 된다는 말도 있듯이 오히려 노화를 약간 늦추는 효과도 있지 않을까? 

 오늘의 치과진료 무용담은 여기까지다.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87 김행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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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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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m2021-03-31 08:27:50

    우리는 그렇게 흘러가게 디자인 되어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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