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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니엘 블레이크>, <재심> 자존심 있는 인간
  • 김상진 기자
  • 등록 2021-03-26 14:38:02
  • 수정 2021-03-30 21: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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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억울한 살인 판결을 뒤집으려는 남자도 있지요. 법과 제도를 이용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두 편을 모아봤습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그리고 <재심>입니다.”



제도와 태도

평생을 성실하게 목수로 살아가던 다니엘은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되어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다니엘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찾아간 관공서에서 복잡하고 관료적인 절차 때문에 번번이 좌절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니엘은 두 아이와 함께 런던에서 이주한 싱글맘 케이티를 만나 도움을 주게 되고, 서로를 의지하게 되는데... 

-<나,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 소개


가족 없이 혼자 사는 다니엘은 당장 지원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다. 실업급여가 절실하다. 하지만 실업급여를 받는 과정이 결코 만만치가 않다. 컴퓨터를 전혀 다루지 못하는 그에게는 급여 신청부터가 막막한 일이다. 이웃의 도움으로 어렵게 급여를 신청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구직활동을 하지만 이를 인정받지 못해 실업급여 대상에서 탈락한다. 다니엘을 더 힘 빠지게 한 것은 관공서 사람들의 태도다. 오로지 매뉴얼 대로만 안내하고, 매뉴얼에 근거해서 다니엘에게 벌점을 주고 결국 탈락시킨다. 관공서 직원 중 유일하게 다니엘에게 도움을 주려 했던 쉴라는, 매뉴얼과 다르게 행동했다고 상관에게 제재를 받기까지 한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택시기사 살인사건 발생! 유일한 목격자였던 10대 소년 현우는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한편, 돈도 빽도 없이 빚만 쌓인 벼랑 끝 변호사 준영은 거대 로펌 대표의 환심을 사기 위한 무료 변론 봉사 중 현우의 사건을 알게 되고 명예와 유명세를 얻기에 좋은 기회라는 본능적 직감을 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현우를 만난 준영은 다시 한번 정의감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현우는 준영의 도움으로 다시 한번 세상을 믿어볼 희망을 찾게 되는데.. -<재심> 영화 소개


억울하게 살인자가 되어 옥살이를 한 현우에게도 누명을 벗을 제도적 장치가 있었다. 바로 재심 제도다. 하지만 재심 준비 과정에서 변호사 준영을 제외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를 방해한다. 사건 담당 형사는 중요 목격자를 어이없는 이유로 체포하고, 당시 검사는 준영의 친구 변호사와 함께 재심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그 사이 현우는 법에 대한 불신과 상처가 깊어진다.


실업급여나 재심 모두 사회적 약자나 억울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제도다. 하지만 영화에서 실업급여와 재심은 쉽사리 약자의 편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더라도 이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두 영화에서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제도를 위하거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제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


제도만큼 중요한 것이 태도다. 어떤 제도를 잘 운영하기 위해 담당자는 먼저 제도의 기본 취지를 잘 이해하고 공감하고 체화해야 한다. 그래야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제도를 잘 실행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를 위한 태도로 드러나게 된다. 사회복지사업은 많은 경우 근거 제도에서 출발하기 마련이다. 두 편의 영화는 사회복지사에게 제도를 실행하는 태도에 대해 선명하고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회복지사는 어떤 태도로 일하고 있는가?



자존심 있는 인간

다니엘과 현우에게는 도움이 절실했다. 다니엘은 실직 기간 동안 실업급여로 살고자 했고, 현우는 억울한 살인자 누명을 벗고자 했다. 자존심 있는 인간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들은 본래 자존심 있는 인간으로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니엘은 건강 악화와 실직 상태로 힘든 와중에도 케이티와 아이들을 돕는다. 목수라는 강점을 발휘해서 케이티 집의 곳곳을 수리해주고, 타지에서 온 외로움과 불안함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정서적으로 돕는다. 덕분에 케이티는 삶의 희망을 얻게 되고, 정서적 어려움을 겪던 케이티의 아들은 다니엘과 가족들에게 마음을 연다. 


현우는 학교를 중퇴하고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양아치였다. 하지만 사건 당일 성폭행 위협과 괴롭힘을 당하던 여성을 구하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는데도 여성을 도운 것이다.


"사람이 자존심을 잃으면 다 잃는 거요." (When you lose your self respect, you are done for it.) 실업급여 관공서를 마지막으로 찾은 다니엘은 담당자에게 급여 명단에서 자신을 빼달라고 하며 이렇게 말한다. 덧붙여 실업급여를 위해 거짓 구직활동을 했던 것에 대해서도 성토한다. 다니엘이 끝끝내 지키고 싶었던 것은 실업급여 몇 푼이 아니라 자존심 있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재심>에서 현우를 돕던 변호사 준영에게 친구는 "확률 없는 재심이냐 확실한 돈이냐"를 물으며 재심을 취하하고 많은 보상금을 선택하라고 제안한다. 하지만 현우의 답은 자존심 있는 인간이었다. "사람답게 살려면 살인 누명을 벗겨줘야 된다"고 말한다. 이제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실제 사건의 주인공이 원했던 것도 돈이 아닌 살인자 누명을 벗는 것이었다고 한다.

사회복지사가 돕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사회적 약자, 어려운 상황에 놓은 사람일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어떤 상황에 있다 하더라도 그들 역시 ‘자존심 있는 인간’이다. 그러니 우리가 돕는 사람은 자존심 있는 인간임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의 자존심을 세우는 방향과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


준영과 말싸움을 하던 친구 변호사는 "내가 분명히 경고했지. 세상의 상식과 법의 상식 헷갈리지 말라고."라며 준영을 공격한다. 이에 준영은 그에게 "넌 명백하게 법을 어겼어. 변호사법 제1조 변호사는 기본적인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라며 응수한다. 변호사가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의 가치를 위해 일한다면, 사회복지사가 지켜야 할 첫 번째 가치는 무엇인가. 당사자를 위하는 태도와 당사자를 자존심 있는 인간으로 세우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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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가양5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98학번 김상진입니다. <대중문화와 사회복지>에 대한 더 많은 글들이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위 블로그 바로가기를 클릭하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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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3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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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nson792021-03-26 20:54:03

    댓글과 공감 감사합니다.
    지역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로서 연차가 쌓일수록 더 성찰하게 됩니다.
    내가 만나는 당사자의 자존심, 염치를 잘 세우게 돕고 있는지를요.
    계속 성찰하며 실천하겠습니다.
    -98 김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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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m2021-03-26 17:14:55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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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j2021-03-26 14:47:45

    자존심 있는 인간을 세우도록 일하는 방법을 찾아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방향을 찾을 수 있게 해 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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