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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봉님의 멀리가는 향기
  • 성희자 편집부
  • 등록 2021-05-31 21: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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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빡 ~문과 아차~문

돌아가신 정채봉님의 수필중 "깜빡~문과 아차~문"


우리 가운데 보통 가정, 그의 최근 이야기다. 세상살이 속상해서 간혹 술 마시고, 돈 때문에 아내와 다투고, 아이들 공부 안 한다고 혼내고, 직장생활 괴롭다 푸념도 하고, 나는 왜 이리 쪽박복이냐 하고 한탄도 하고, 그러다 어느덧 흰 머리칼이 비치는 것을 발견했다. 올해는 그의 직장에서는 신체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그는 여느 해처럼 지정 병원에 가서 피도 조금 뽑고 소변검사도 했다.

엑스레이를 찍었다.

 

그런데 후생과에서 연락이 왔다. 신체검사 한 병원에서 그를 찾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다음날 출근길에 들리겠다고 했다. “별일 있으려구...” 그러나 그날 밤 그는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병원에 찾아간 그를 간호사가 맞아 주었다. 그리고 회랑 깊은 곳으로 데리고 갔는데 그곳은 암 병동이었다. “아니, 내가 암환자란 말입니까?” 그는 걸상에 털석 주저 앉고 말았다.


암 병동 앞문 이름은 ‘깜빡문’이라고 되어 있었다. 뒷문은 ‘아차문’이었고, 간호사가 문의 이름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앞문으로 나가는 사람은 병이 나은 사람이지요. 그런데 그들은 여기서 생각한 건강의 소중함과 삶의 탄력을 이내 깜빡하고 말거든요. 그래서 깜빡~문이예요. 그리고 저 뒷문으로 나가는 사람은 영안실로 가게 되지요. 그때서야 그들은 ‘아차’한다고 해요.


깜빡 놓치고 살았던 삶의 소중함에 대해서요.“ 그는 면회온 그의 아내 손을 잡고 말했다. ”이제서야 나는 진짜 삶에 대해 알았소.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 것인지를 이제야 깨달았는데, 이 신세가 되었구려. 나는 저 앞문으로 나가더라도 절대 깜빡하지 않겠소. 절대 아차문으로 나가지 않게 해 주오.“

 

흐느끼고 있는 사람을 깨운 사람은 그의 아내였다. “왠 잠꼬대가 그렇게 심해요. 어서 일어나 식사하고 출근하세요.” 그는 일어나 문을 가리키며 물었다. “여보, 저건 아차문이 아니겠지?” 전화가 걸려왔다. 어제 한 연락은 병원측에 착오였으니, 회사로 바로 나오라는 전갈이었다.

 

그는 아내의 손과 아이의 손을 잡고서 말했다. “우리 진짜 진짜 재미있게 살자.” 그리고 현관문을 가리키며 다짐했다. “절대 저 문이 깜빡문이 깜빡문이 되지 않게 할 테니 두고 보렴.”



깜빡하거나 아차 하지 않는 시간이 되시기를!!


다시 6월이 시작됩니다.


각자의 삶터에서 원하는 삶이 되기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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