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산이 물든 가을 날,
피내골 이웃이 서로 도와 김장합니다.
셋째 딸이 농사 지은 배추 실어다가 김장하는 순이 아지매.
건넛집 어머니가 앞치마 두르고 와서 거듭니다.
이 배추로 김장해서 육 남매한테 부치신다며,
커피 타서 내고 사과 깎아 주십니다.
"아이구 힘들다. 올해만 하고 하지 말아야지."
"그 소리 십 년째 듣는다."
이웃끼리 대화하며 웃으십니다.
"자식들은, '우리가 알아서 먹을 테니까 김장 하지 마요.' 해도 부모는 주는 게 남는 거지."
"애들이 해 놓으면 덜 달라고 그런다."
또 웃으십니다.
어릴 때부터 엄마 손맛에 인이 박인 아들딸은,
사다 먹는 음식으로 그 허기를 채울 수 없지요.
이 가을에 높고 푸른 하늘빛은 어머니의 사랑 같습니다.
'이웃이 서로 도와 김장하는 풍경'
이 놀랍고 눈부신 풍경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요?
'사 먹으면 되지.'
'김치 후원 하(받으)면 되지.'
하며 시나브로 사라지겠지요.
김장은 사라져도 '이웃이 서로 돕는 일'은 늘 있길 바라며,
그 자리에 오래 머물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