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서은혜의 그룹홈 생활일기 2
  • 편집국
  • 등록 2022-03-28 11:22:38

기사수정

코로나 자가격리를 마치고 그룹홈으로 돌아왔다. 

윤슬이가 나를 보고 달려와 품에 안겼다. 크게 내는 웃음소리도, 얼굴 근육을 모두 써서 웃는 그 표정도 사랑스러웠다. 일주일 전만 해도 코로나 때문에 열이 나서 몸이 축 처져있었었는데 이제는 다 나아서 기운이 펄펄 나는 모양이었다. 

집을 치운다고 몸을 숙여서 인형을 줍고 책을 집어들 때마다 윤슬이가 좋다고 소리를 질렀다. 마구 뛰면서 엉덩이고, 허리고, 배고 끌어안고 매달렸다. 

몸을 돌려서 안아주면 배에 머리를 파묻고 냄새를 맡다가 눈을 맞추고 이모, 하고 부르며 생글 웃었다.


갑자기 고모 생각이 났다. 고모가 아마 지금 내 나이쯤 되었을 거다. 그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움직여서 집을 싹싹 닦고 맛있는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우도록 고구마를 튀기고 하던 장면이 생각났다. 

나도 그렇게 윤슬이처럼 소리를 내어 크게 웃으면서 달겨들어 고모를 끌어안고, 고모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 그랬었다. 그래, 고모한테서는 항상 고모 냄새가 났다. 

깨끗하게 세탁해서 햇볕에 잘 말린 옷감 냄새, 옷장 나프탈렌 냄새, 화장품 냄새, 그날 그날 요리해서 먹었던 음식 냄새, 그리고 쾌적한 집의 냄새도. 안전하고 포근하고 생기 넘치고 사랑스러운 냄새였다. 엄마한테서는 맡을 수 없는. 

윤슬이가 내 품에 머리를 묻고 파먹을 듯이 냄새를 맡을 때마다, 나는 그렇게 고모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 고모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어서 쌕쌕, 하는 소리로 겨우겨우 살아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게 고작이다. 폐암 4기란다. 온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만 같던 고모의 생기와 에너지는 이제 내 기억 속에나 존재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자꾸만 밭은 기침 소리를 내면서 누워있는 고모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많이 어지럽다. 고모, 하면 떠오르는 내 안의 이미지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라서다. 하지만 나를 안심시키던 고모의 냄새 만큼은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예전의 그 고모를 금방이라도 끌어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경북대학교 사회복지학부
facebook
사회복지학부 재학생 유투브 채널
인스타그램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