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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불편한 편의점 : 꽤 근사해 보이는 노숙인
  • 편집국
  • 등록 2023-06-07 21: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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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8 김상진

다음 날 염 여사는 도시락 폐기 시간에 맞춰 편의점으로 나왔다가 노숙자 사내가 야외 테이블을 청소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가을 저녁의 쌀쌀함이 느껴지는 가운데 사내는 수그린 채 담배꽁초와 종이컵, 맥주 캔을 주섬주섬 줍고 있었다. 굼뜬 움직임으로 집어 든 쓰레기들을 분리수거함으로 가져가 신중히 살핀 뒤 분리하는 모습은 꽤 근사해 보였다. 그때 시현이 도시락을 들고 나와 야외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사내에게 기척을 했다. 돌아본 사내는 데면데면 목례를 하고 시현도 목례를 하고 돌아서다가 지켜보는 염 여사와 딱 마주쳤다. "어머, 오셨어요?" "도시락 챙겨드리는 거니?" "예. 청소도 저분이 도와주시니까…… 고맙잖아요."

[불편한 편의점] p34


노숙인을 '꽤 근사해 보였다'며 바라보는 염 여사님의 시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은 편의점 다른 직원 선숙 씨처럼 노숙인에게 편견을 갖게 마련이잖아요. 아무리 염치 있게 폐기 도시락만 먹고 야외 테이블까지 청소하는 한다고 해도 편견을 뛰어넘기 어려운 법이지요.


노숙인 편견은 지우고 그저 멋진 행동만 보고 근사하다고 표현한 것이 참 반갑습니다. '꽤 근사해 보이는' 노숙인이라는 표현은 마치 24시간 편의를 제공한다는 '편의점'에 '불편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 만큼 어색한 듯하면서도, 소설의 주제를 관통하는 구절 같습니다.


오늘도 내가 만나는 사회사업 당사자에게 '꽤 근사해 보이는' 모습을 꼭 찾아내기 위해 애써야겠습니다. 근사함을 살려 근사한 사회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출처] [불편한 편의점] 꽤 근사해 보이는 노숙인|작성자 빈손 김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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