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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키웠다는 것만으로도
  • 김행섭 책임기자
  • 등록 2023-04-03 10: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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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정확히 13년 3개월쯤을 살던 반려견이 한달 전쯤 죽음을 맞이했다.

주변에서 이런 문제 즉 노견이 되면 아프고 죽어 이별해야 하는 것 때문에 힘들어서 개를 못키우겠노라 하는 말들을 종종 듣곤 했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이 일이 내 일이 될 줄이랴...

 

그렇게 멀지 않은 미래에 다가올 일임을 짐작하고 있긴 했다. 

일년쯤 전부터 전과 달리 조금 걸으면 힘들어 하고 가끔 구토를 하거나 경련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번씩은 구석진 곳에 들어가서 나오려고 하지 않기도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이것이 죽음을 준비하는 동물들의 습성이라는 것.

 

죽기 한달 반 전부터는 사료를 잘 먹지 못해서...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 먹이고 노견을 위해 파는 영양제같기도 하고 간편식 같기도 한 음식을 먹으며 버텨오던 차였다. 

 

반려견이 다니던 병원이 두 곳 있었는데 한 곳은 더 정밀검사를 해보라고 했고 다른 의사선생님은 노환이니 자연적으로 보내주는 것이 좋다고도 하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의 어느 날 정오쯤 낮잠을 자는 줄 알았는데 이미 숨이 끊겨져 있었다.

 

다니던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

의사선생님은 자연사를 하는 것도 하나의 복이라고 말씀을 하시며 자신의 드림(꿈)도 이와 같다고 하시며 돌보느라 그동안 수고했다며 위로를 해주시려 애써주셨다.

 

이런 얼떨떨한 시간이 흐르고

참 많은 사람에게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모두 마음 아파하면서..

그 의사선생님이 그러셨든 큰고통 없이 가게 되어 잘 되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나도 돌보는 수고가 줄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리움이다.

 

참 웃기기도 하고.. 내가 이럴 줄은 몰랐는데

4kg 남짓한 강아지의 눈빛이 생각나고, 따스했던 체온이랑 복슬거리는 털의 느낌

졸졸 따라다니며 애교부리던 순간이 떠오르고

함께 했던 산책지들에 가면 가슴이 먹먹해온다.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반려견을 보낸 견주들의 마음도 이런거였나.

 

강아지가 오래 쓰던 목줄이랑 옷들, 비교적 최근에 샀던 하네스 등을 보면 또 울컥해온다.

 

지금처럼 벚꽃이 피면 데리고 나가 꽃길을 걷게 해주며

뭔지도 모르고 그저 주인의 사랑만을 느꼈을 강아지를 향해

"벚꽃 봐..! 이쁘지.“ 라며 바보같은 탄성을 질러댔겠지...

 

그래도 위로가 되었던 한 마디가 생각났다. 

지혜로운 시어머니가 하셨던 말씀.


우리가 잘 살고 있던 집을 이사해야만 해서 당황스러울 때..

”그래도 마음에 차는 집에 살아봤던게 어디고~“라는 말씀.

그때 아!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거구나...라며 걱정했던 마음이 편안해졌었다.

 

그래!  그다지도 나를 따르던 강아지를 키워봤던게 어디고!~

 

오늘도 그리움에 마음이 아프지만 내가 반려견을 키우며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감사하는 마음에 위로가 깃든다.


[출처] 너를 키웠었다는 것만으로도|작성자 상담하는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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